[인천아시안게임] 한국 女축구, 또 북한 벽 못넘고 무릎

입력 2014-09-30 05:30
북한의 허은별(오른쪽)이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여자축구 4강 한국과의 경기에서 후반 인저리 타임에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에 2대 1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인천=서영희 기자

한국 여자축구가 또 북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9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준결승전에서 1대 2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북한과의 역대 전적에서 1승1무13패를 기록했다. 특히 2005년 8월 동아시안컵에서 1대 0으로 승리한 후 최근 8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또 아시안게임에서도 다섯 차례 맞붙어 모두 무릎을 꿇었다.

북한은 10월 1일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 금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일본은 앞서 열린 경기에서 베트남을 3대 0으로 꺾고 결승에 선착했다.

한국은 잉글랜드 첼시 레이디스에서 뛰는 스트라이커 ‘지메시’ 지소연와 정설빈, 전가을 등을 선발 출장시켜 정면승부를 걸었다. 8강전부터 합류한 지소연은 이 경기 후 소속팀으로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몸을 아끼지 않고 뛰었다. 한국은 간간이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위협적이진 않았다. 북한은 강한 체력을 앞세워 허리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공을 빼앗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압박을 가했다.

선제골을 넣은 쪽은 한국이었다. 전반 11분 정설빈은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회심의 프리킥을 날렸다. 무회전 킥은 골키퍼 앞에서 뚝 떨어지며 그대로 골이 됐다. 선수들도, 관중도 모두 놀란 멋진 골이었다.

이번 대회 첫 골을 허용한 북한은 매서운 반격을 시작했다. 전반 20분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북한 공격수 위정심이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파고들어 강력한 슈팅을 날린 게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나갔다. 2분 후엔 북한 전명화가 문전에서 감각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또 골대에 맞았다.

끊임없이 파상공세를 편 북한은 후반 35분 만회골을 뽑아냈다. 한국의 오른쪽 진영을 돌파한 위정심이 낮은 크로스를 날리자 이예경이 몸을 날려 왼발을 갖다댄 것이 골로 이어졌다. 이후 북한은 공격의 고삐를 바짝 조였고, 한국은 수비에 치중한 채 역습 기회를 노렸다.

1-1로 비긴 채 시작된 후반. 북한은 전반에 너무 많이 체력을 소모한 탓에 몸놀림이 둔했다. 후반 7분 북한은 걸출한 공격수 허은별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추가골을 노린 북한의 공격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동시에 공격라인이 올라갔다. 한국은 비어 있는 공간으로 파고들어 북한을 흔들었다. 후반 43분 지소연은 상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강력한 슈팅을 날렸지만 그만 크로스바를 때리고 말았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집중력을 잃어 북한 허은별에게 역전 결승골을 허용했다. 허은별은 한국 골키퍼와 수비진이 문전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공을 가볍게 밀어 넣어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