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3명 구속영장 신청 논란

입력 2014-09-30 05:12
경찰이 대리기사와 행인을 폭행한 혐의로 세월호 유가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일방적 폭행이어서 사안이 중대하고 유가족들이 범행을 부인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통상적인 폭행사건 처리 기준과 관행을 벗어난 지나친 법 적용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대 전치 4주인 피해자 부상 정도가 검찰 내부지침상 구속 기준에 못 미치는 데다 조사에 응하는 유가족 태도를 적극적인 증거 인멸 의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9일 김병권 전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공동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가족이 일방적으로 폭행했고 CCTV에 폭행 장면이 있는데도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또 대리기사 측이 폭행의 공범으로 고소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에게 피고발인 신분으로 다음 달 3일 출석하도록 통보했다. 김 전 수석부위원장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행인 정모씨에 대해선 폭행 사실이 입증돼도 면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경찰의 영장 신청이 통상적인 폭행사건 처리 관행을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회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어서 경찰이 엄격한 법집행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폭행사건의 구속영장 신청 기준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조직폭력배 등의 죄질 나쁜 폭행일 경우 영장을 신청하기도 하는데, 이번 사안은 통상적인 절차에 비춰 지나쳐 보인다”고 말했다. 형사사건 전문인 법산 법률사무소 이승우 대표변호사는 “세월호 유족이 대책위 활동을 하고 있어 신분이 확실하고, 몇 달 전 아이들을 한꺼번에 잃은 터라 심신미약 상태로 볼 수도 있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것만 갖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건 황당하다”고 했다.

재경지청의 한 검사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데, 일단 단순 폭행은 어지간해선 영장을 안 친다”며 “폭행사건 처리와 관련한 검찰 내부지침의 여러 항목을 면밀히 검토해봐야 할 사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CCTV 영상과 유가족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입을 맞춘 듯한 상황도 있어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며 “사회적 갈등 때문에 더 원칙대로 하려 한 듯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유가족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지 30일 중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이 검찰에 ‘폭탄 떠넘기기’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일선서 고위 관계자는 “굳이 불구속 수사를 해서 비난의 덤터기를 쓰기보다 검찰에 이슈를 넘겨 소나기를 피하려 한 듯하다”고 말했다.

황인호 조성은 정현수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