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테니스도 일냈다 남자 복식서 28년 만에 금메달

입력 2014-09-30 04:52
한국 테니스 대표팀의 임용규(왼쪽)와 정현이 29일 인천 열우물테니스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 인도와의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환호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86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28년만이다. 인천=서영희 기자

남자 테니스의 임용규(23·당진시청)-정현(18·삼일공고) 복식조가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다. 무려 28년만의 우승이다.

임용규와 정현은 29일 인천 열우물테니스경기장에서 인천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인도의 사케즈 미네니-사남 싱 조를 2대 0(7-5 7-6)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임-정 조는 1986 서울아시안게임 김봉수-유진선 조 이후 남자 복식으로서는 28년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노골드’에 그쳤던 한국 테니스는 2006 도하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우승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을 맛보게 됐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이형택-정희석의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남자 복식 결승전에 진출한 임-정 조는 경험에서 앞선 상대와 팽팽히 맞섰다. 특히 인도의 싱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솜데브 데바르만과 짝을 이뤄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미네니-싱 조는 2회전부터 준결승까지 총 세 경기를 치르며 단 한 세트만을 내준 강자들이다.

서로 자신의 서브게임을 잃지 않고 게임을 주고받은 1세트는 마지막에 결판이 났다. 한국이 게임스코어 6-5로 앞선 인도의 서브게임 상황에서 정현의 양손 백핸드 패싱샷이 상대 코트를 갈랐고, 상대의 첫 더블폴트가 이어지며 7-5로 한국의 승리했다.

2세트도 양상은 1세트와 비슷했다.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키며 게임스코어 5-5까지 접전을 펼쳤지만 비 때문에 1시간 가량 중단됐다. 6-6에서 타이브레이크에 들어간 한국은 홈팬들의 성원을 업고 7-2로 승리, 감격의 우승을 거뒀다. 지난해 윔블던 주니어대회 준우승자로 세계랭킹이 한국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정현(188위)은 이번 금메달로 병역 걱정없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정현은 “이렇게 큰 대회에서 금메달 딴 것은 처음”이라며 “꿈만 아니길 바라고 있고 그것 말고는 할 말이 없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알려진대로 정현은 테니스 가족이다. 아버지(정석진)가 삼일공고 감독, 형은 건국대에서 선수로 뛰는 정홍이다.

정현은 프로대회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인 퓨처스대회에서 올해만도 3차례 우승하며 성인무대 준비를 착실히 마쳤다. 지난 8월에는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 도전, 예선 1회전을 통과하며 기대를 모았다. US오픈 후에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방콕오픈 챌린저에서 우승, 국내 남자 선수 최연소 챌린저급 단식을 제패한 선수로 기록됐다.

최근 부진으로 세계랭킹이 402위로 떨어진 임용규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정현을 이끌며 금메달을 획득, 자신의 선수 인생의 절정기를 맞았다. 올해 발가락 피로골절 때문에 대회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임용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노갑택 감독의 뜻에 따라 단식을 포기하고, 복식에 승부를 걸었다.

임용규는 “아시안게임 전에 다리가 아파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다”며 “이번 대회에 인생을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준비했더니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관중 호응이 좋고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됐다”는 임용규는 고교생이던 2009년 인도 퓨처스에서 우승하며 당시 고교생 최초로 퓨처스 대회 우승 기록을 남겼고 그해 국가대표로 발탁됐지만 이후 부상 때문에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 이로써 이형택의 은퇴후 메이저대회 자동출전 선수조차 한명도 없는 한국테니스는 정현 등 주니어선수들의 잇단 선전으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인천=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