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열두 발가락 소녀’ 불굴의 도전

입력 2014-09-30 04:57 수정 2014-09-30 15:11

이를 악물고 달렸지만 고통은 가시지 않았다. 여자 7종 경기 마지막 800m 경주를 마친 스와프나 바르만(18·인도·사진)은 운동화부터 벗었다. ‘열두 발가락’으로부터 전해지는 통증에 인상을 펼 수 없었다. 발의 고통에서 벗어났지만 바르만의 가슴은 미어졌다.

바르만은 29일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7종 경기에서 5178점을 얻어 5위에 그쳤다. 올해 최고 기록은 5400점이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7종 경기 동메달리스트인 파밀라 아이야파(인도)가 5415점을 받은 만큼 일부 종목에서 분발했으면 충분히 메달권 진입도 가능했다.

그러나 ‘열두 발가락’이 발목을 잡았다. 바르만은 100m 허들, 높이뛰기, 포환던지기, 200m, 멀리뛰기, 창던지기, 800m를 차례대로 소화하는 7종 경기 중 달리기에 특히 약했다. 결국 110m 허들은 8위, 200m는 9위, 800m는 7위에 그쳤다. 달리기 종목의 약세는 바르만이 시상대로 향하는 길목을 가로막았다.

바르만은 양발에 여섯 개씩의 발가락이 있는 ‘다지증’을 안고 태어났다. 인도에서 다지증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여자 철인’을 꿈꾸는 바르만에게는 극복의 대상이었다. 평범한 운동화에 발을 구겨 넣다 보니 늘 고통 속에서 훈련하고 경기를 치러야 했다. 맞춤형 신발도 주문해 봤지만 ‘경기용’으로는 부족했다. 결국 ‘평범한 스파이크’를 신고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섰다.

전광판을 통해 자신의 기록을 확인한 바르만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믹스트존을 통과해 도핑테스트 룸으로 이동하는 중에는 참았던 울음이 터져버렸다. 아쉬움과 서러움 속에 ‘철의 여인’이 되고자 했던 바르만은 눈물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인천=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