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선 2014년 서울국제뮤직페어(이하 뮤콘)에 참여하는 가수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회자가 한 밴드를 소개했다. “한국에선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란 뜻의 인터넷 신조어)이지요. 하지만 해외에선 빅뱅의 지드래곤보다 잘 나가는 밴드입니다.”
이런 극찬을 받은 밴드는 바로 데뷔 5년차의 잠비나이다. 해외에서 더 인정 받는다는 잠비나이를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그들의 해외 진출 성공기가 궁금했다.
국악과 록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는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국악 전공의 1982년생 동갑내기 이일우(피리·태평소·생황·기타)와 김보미(해금·트라이앵글), 심은용(거문고·정주)이 만들었다. 2010년 데뷔앨범, 2012년 정규 1집을 냈다.
“대학 졸업 후 각자 음악 활동을 하던 중 세 명 모두 천편일률적인 퓨전 국악에서 탈피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공연장을 다니고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음악을 고민했습니다.”(이일우)
그렇게 찾아낸 색깔이 록이었다. 록 밴드 경험이 있는 이일우가 곡의 뼈대를 만들면 김보미와 심은용은 자기 악기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과 해석을 덧붙였다. 국악을 통해 록이 표현할 수 있는 범위는 확장됐다. 2012년 서울아트마켓 ‘PAMS CHOICE’(해외진출 지원 우수 작품)에 선정되고, 2013년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 앨범’을 수상하며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들이 해외 시장으로 출구를 뚫을 수 있었던 계기는 우연하게 왔다. 정규앨범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렸더니 영어로 쓴 호평 일색의 글들이 달렸다. 문제는 해외 시장에 어떻게 나가느냐였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열리는 대형 뮤직 마켓에 나가면 됐지만 비용이 문제였다.
대신 잠비나이는 지난해 한국의 뮤직 마켓인 뮤콘, 에이팜(아시아 퍼시픽 뮤직 미팅) 쇼케이스 무대에 섰다. 뮤콘 등을 찾은 해외 음악 프로듀서와 페스티벌 관계자들에 자신의 무대를 보여줬다. 이후 해외 시장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지난 6월엔 영국 서머싯 피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음악축제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초청 받았다. 지난 5월부터 두 달 간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덴마크, 포르투칼, 스페인 등 14개 나라를 돌며 25차례 공연을 진행했다. 앞서 3월엔 세계 최대 규모의 쇼케이스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도 참여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많다. 한국에선 여전히 설 자리가 좁다는 점 때문이다.
이일우는 “한국에선 국악 공연 무대에도, 록 페스티벌 무대에도 설 수 없다”고 말했고 심은용은 “한국 사회는 자기가 겪지 않은 것에 대한 경계감이 큰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으로의 꿈은 실력 있는 가수들과 세계무대에 함께 서는 것이다.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해외 밴드의 영향을 받았더라도 자기만의 색을 더해 자기 음악을 나타내야 합니다. 자기 색이 없다면 해외 진출의 기회가 오더라도 활용할 수 없을 겁니다.”(이일우)
“멋있어 보이려 힘쓰지 말고 진지한 자세로 음악을 고민한다면 오래 가지 않을까요.”(심은용)
앞으로의 일정도 꽉 차 있다. 이달 뮤콘 등에 참석한 뒤 중국 상하이에서 열흘간 투어에 나선다. 12월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을 돌며 2주간 공연을 한다. 내년 3월엔 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정규 2집을 동시 발매할 예정이다.
서윤경 기자
국악과 록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 “해외에선 지드래곤보다 잘 나가요”
입력 2014-10-0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