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태진아부터 아이유, 소녀시대 태연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원조 가수와 이들을 모창하는 일반인들이 노래 대결을 펼치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것이다.
지난 달 20일 태연 편이 방송된 뒤 대중의 관심은 태연보다 원조가수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김환희씨에 쏠렸다. 방송에서 김씨는 자신을 ‘얼굴 없는 태연’이라 소개했다. 그녀는 집에서 직접 태연의 노래를 부르고 녹음한 뒤 인터넷에 올려 모창 능력을 인정받은 실력자였다.
모창 가수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김씨처럼 가창력을 공인 받는 모창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대중들 사이에 영역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동안 국내 가요계에서 ‘짝퉁 가수’는 저급 문화로 치부했다. 개런티 비싼 원조 가수를 대신해 행사 등의 무대에 오르는 사람 정도로 인식했다.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창을 개그 소재로 사용하면서 이 같은 시선은 심화됐다.
모창 가수에 대한 인식 변화는 K팝 열풍이 한몫한다. 국내외의 K팝 열성 팬들 중에서 노래는 물론 안무까지 따라하고, 이런 자신의 모습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이들이 등장했다. 그 중에는 인터넷 스타도 등장해 이른바 ‘커버 가수’(노래 뿐 아니라 율동도 그대로 흉내 내는 가수)의 시대를 열었다. 아예 모방을 넘어 노래 자체를 재해석해 부르는 경우도 있다. 케이블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6'에 출연한 유튜브 스타 제이슨 레이가 대표적이다. 그는 엑소의 ‘으르렁’ 등을 불러 국내외 팬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흐름은 TV방송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KBS ‘불후의 명곡’은 후배 가수들이 선배 가수의 노래를 재해석해 부르면서 존경심을 표했다. 일종의 헌정 무대다. JTBC ‘히든싱어’의 경우 헌정자가 후배 가수에서 일반인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자신이 흠모하는 톱스타의 노래를 똑같이 불렀다.
이러다 보니 원조 가수의 노래를 전문적으로 부르는 헌정 가수 개념의 ‘트리뷰트(Tribute) 밴드’나 ‘트리뷰트 싱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 25일 경기 김포시 돌문로의 김포아트홀에 이어 27일 서울 홍익대 앞 클럽에서 공연한 아바걸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팝그룹 아바의 ‘현신(現身)’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아바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밴드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 팬들의 요청으로 지난 5월 내한 공연을 한 뒤 다시 한국을 찾았다. 오는 11월 18∼26일에도 서울과 제주에서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해외에선 이미 트리뷰트 밴드가 음악 차트에 오르고 해외 공연에 나서는 등 원조 가수에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비틀즈, 아바, 퀸, 엘비스 프레슬리 등의 트리뷰트 밴드만 500여개가 넘는다.
실력도 뛰어나다. 아바걸스는 1995년 영국에서 결성된 4명의 남녀 혼성 그룹이다. 아바걸스로 모이기 전에 이미 영국 등 유럽에서 전문 보컬 세션이나 기타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4000여회 공연을 펼쳤다. 영국 리버풀에 있는 한 비틀즈 헌정밴드는 1년에 100회가 넘는 공연을 한다. 영국의 주요 음원 차트엔 ‘트리뷰트 밴드’ 항목이 따로 있을 정도다.
아바걸스 공연을 기획한 허리케인Inc의 이광호 대표는 “국내에선 여전히 트리뷰트 밴드를 짝퉁 가수로 보는 분위기도 있지만 해외에선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실력 있는 음악인들이 많다”라며 “국내에서도 가창력을 인정받는 모창 가수, 커버 가수들이 방송을 통해 노출되면서 트리뷰트 밴드 시장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모창 가수가 진화한다… 원조 가수 노래 재해석 인터넷 스타 되기도
입력 2014-10-01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