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습 (중)] 중국 경기부양책에 울고 웃는 세계 증시

입력 2014-09-30 03:59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이 워낙 막강해지다 보니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느냐 마느냐에 따라 세계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언론 일부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자국 5대 은행(공상·농업·건설·중국·교통은행)에 5000억 위안(85조4550억원)을 3개월간 공급키로 했다”고 보도하자 뉴욕증권거래소의 3대 지수가 일제히 0.59∼0.75% 올랐다. 이 소식은 국내 투자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줘서 이날 코스피지수가 2060선을 넘었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1일 호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 참석한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은 “중국 경제가 하강 압력을 받고 있지만 하나의 지표 변화 때문에 정책 기조가 심각하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최근 중국의 부진한 경제지표로 인해 고조됐던 경기부양책 시행 전망을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돼 세계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70%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0.71% 떨어졌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대부분 하락세였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도 모두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경기둔화를 좌시하지 않고 유동성 공급 등으로 적극 대처할 것이란 기대가 커진 상태여서 글로벌 시장의 실망이 더욱 컸다. KDB대우증권 손재현 연구원은 “러우 재정부장의 발언은 경기부양책을 기대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면서 “중국 성장 둔화 우려가 증시뿐 아니라 상품시장에도 주요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러우 재정부장 등 중국 지도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은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중국이 성장세 회복을 위해 통상적인 통화정책을 다시 쓸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여전하다. 2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다이와캐피털마켓과 소시에테제네랄은 중국의 추가 부양 조치로 전국적인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가 조만간 실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바클레이스는 연내 대출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과 홍콩 통화청에서 일했던 이코노미스트 류리강은 “중국 당국이 통상적인 수단을 다시 쓰는 게 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금융개혁 속도를 둘러싼 지도부의 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바클레이스의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장지안도 “중국 지도부가 성장 둔화를 감수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적정 수준의 성장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