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차는 ‘칼치기’ 뒤차는 급정거… 6억 챙긴 사기단

입력 2014-09-30 03:48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2시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도시고속도로를 달리던 이모(54)씨는 앞에서 달리던 일본 브랜드 인피니티 차량의 후미를 들이받았다. 인피니티 차량 앞으로 또 다른 차량이 갑자기 ‘칼치기’(속도를 줄이지 않고 급하게 끼어드는 것)를 하자 인피니티가 급정차했다. 이씨도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속도를 줄이지 못해 추돌하고 만 것이다.

끼어든 차량은 별다른 접촉이 없어 그대로 사고 현장을 떠났고, 이씨만 안전거리 유지 위반 등으로 사고 과실을 떠안았다. 이씨의 보험사는 인피니티에 타고 있던 3명의 치료비 250만원과 수리비 1330만원을 지급했다. 사고 때문에 이씨의 보험료도 40%나 늘었다.

그러나 이는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 수법이었다. 칼치기를 한 차량과 인피니티 차량 모두 공범이었다. 미리 급정거하기로 시나리오를 짜두고, 이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아우디, 벤츠, 랜드로버 등 외제 차량을 이용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수리비와 치료비로 보험금 6억여원을 타낸 혐의(사기)로 송모(25)씨를 구속하고 김모(26)씨 등 일당 7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송씨는 호스트바와 PC방에서 운전은 70만원, 동승은 30만원을 주겠다며 20, 30대의 무직자나 대학생, 회사원 등 75명을 공범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