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사진) 헌법재판소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아시아 지역 인권보장 등을 위한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립 논의를 제안했다.
박 소장은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헌법재판회의 3차 총회에서 “참혹한 전쟁과 전쟁 중에 이뤄진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아시아에도 인권 문제와 사회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적 인권보장 기구를 수립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하메드 아샤르귀 모로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해 주제발표에 참석한 인권재판소 관계자 등은 박 소장의 제안에 지지의 뜻을 보냈다. 일본 최고재판소 관계자는 이번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 소장은 “유럽 인권재판소 활동이 유럽연합의 통합과 더불어 지역의 평화를 가져왔다”며 아시아 인권재판소가 지향해야 할 롤 모델로 꼽았다. 유럽 인권재판소는 1950년 체결된 유럽인권조약에 따라 1959년 설립됐다. 인권위원회 및 조약 당사국, 개인, 단체의 인권침해 제소를 모두 인정하고 있다. 재판신청 건수가 매년 늘어 2000년대 들어서는 매년 1500건 이상의 판결을 내리고 있다. 미주 지역과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지역 내 인권협약 등에 기반을 둔 인권재판소가 운영되고 있다.
박 소장은 “아시아 인권재판소를 통해 지역 국가들이 사회통합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때로는 상호 감시·압박하면서 인권보장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인권재판소 설립 과정을 보면 논의 후 설립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다”며 “아시아 인권재판소도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회에 참석한 다른 국가들은 각자 자국이 겪고 있는 사회갈등 사례 등을 제시하고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호주와 볼리비아 헌재 관계자는 원주민과 사이에 발생하는 문화적 갈등을 사례로 제시했고,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에서 넘어오는 이민자, 망명자, 난민 등으로 인해 생기는 인권 문제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총회 참석자들은 30일까지 ‘헌법재판과 사회통합’을 주제로 진행한 다양한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서울 코뮈니케’를 채택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박한철 헌재소장 “亞 인권재판소 설립 필요”
입력 2014-09-30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