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와 세월호 유가족이 29일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위한 3자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3자는 30일 국회 본회의 개최를 앞두고 막판 의견절충을 시도했다. 추석 전 여야 지도부가 각각 유가족 대책위원회를 만난 적은 있었지만 3자가 한자리에서 회동한 것은 처음이다.
◇첫 3자 회동…“유가족 입장 변화 있다”=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유가족 대책위 전명선 위원장은 오후 3시40분쯤 비공개 3자 회동에 들어갔다. 세 명이 먼저 만났고, 이후 여야 원내지도부 및 유가족 측 변호사 등으로 논의 대상을 확대했다.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조사권을 부여해 달라는 요구에서 한 발 물러났고, 대안을 둘러싼 집중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유가족 측이 특검 추천권을 확보하는 방안과 진상조사위의 조사권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포괄적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지난 25일 새정치연합과의 회동에서 독립성 보장, 충분한 조사·수사기간 보장, 조사·수사·기소의 유기성 보장 등 3대 원칙을 제시했다.
박 원내대표는 사흘 만에 재개된 오전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의 입장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된 입장에 대해 이 원내대표가 직접 듣고 싶었던 것”이라고 회동 배경을 설명했다.
여야는 전날 “속임수 그만 쓰라” “정치 도의가 없다”며 날선 비방전을 펼쳤지만 이날은 협상모드였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비대위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양당 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에 관해 각각 진전된 방안을 갖고 마주해야 한다”며 “우리는 그런 방안이 있다. 새누리당이 수긍할 만한 안”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도 “유가족과의 두 차례 만남에서 ‘8·19 2차 합의안’을 토대로 유가족을 조금 안심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다”며 “새누리당이 주장해온 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서 얼마든 협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당 대표 회담 제의를 즉각 거부하던 태도에서 벗어났다. 야당을 달래 본회의 ‘보이콧’만은 막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자 협상이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더라도 국회 정상화를 유도하면서 세월호 특별법의 대화 창구는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이 또다시 본회의를 미룰 명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등원 불가’의 빌미를 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가 언제 어디서든 만나서 대화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야당은 30일 본회의에 조건 없이 등원해 국회 정상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강행하는 시나리오를 언급하면서 “반드시 대화 창구는 열어놔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의화 국회의장, 30일 본회의 강행=정 의장은 지난 26일에 야당의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9분 본회의’를 열었으나 “입법제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3자 회동 결과와 상관없이 30일 본회의 강행 의사를 밝혔다.
국회는 이날까지 150일째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여야는 쌀 관세화 협상을 다루는 국회 농림축산해양식품수산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를 소집할 예정이었지만 3자 회동에 따라 날짜를 하루 연기했다.
엄기영 김경택 기자 eom@kmib.co.kr
여·야·유가족 첫 3자회동… 국회 정상화 ‘최대 기로’
입력 2014-09-30 0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