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 대기업, 계열 보험사에 퇴직연금 등 몰아주기 심각

입력 2014-09-30 04:50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계열 보험사에 퇴직연금을 맡기는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또 손해사정 업무를 자기 계열사에 몰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8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10개 보험회사별 퇴직연금 내부(계열)거래 현황을 보면, 지난 6월 기준 현대라이프생명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계열사 물량이 89.9%에 달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2011년 현대차에 인수된 현대차그룹 계열 보험사다. 3년여 만에 전체 적립금 5198억원 중 4673억원을 그룹 계열사 퇴직연금으로 채운 것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생명도 전체 적립금 중 절반에 가까운 49.5%(6조806억원)가 그룹 계열사 물량이었고, 삼성화재도 전체 적립금의 34.6%가 내부 거래였다. 롯데손해보험도 전체 적립금의 46.5%가 롯데 계열사 물량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업계 2위를 차지하는 교보생명의 계열사 물량이 1.9%에 불과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김 의원은 “대기업 그룹 계열 보험사들은 그룹 계열사들의 퇴직연금을 몰아 받아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 부당 내부거래 소지는 없는지 등을 금융 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니터링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감 몰아주기 행태는 대형 보험사 내부에서도 이뤄지고 있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의원이 금감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대해상 LIG손보 동부화재 현대하이카는 손해사정업무 외부위탁비율이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 손해사정업무 거의 전부를 자회사에 맡기고 있는 셈이다.

손해사정은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산정을 결정하는 업무로, 고객 민원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 의원은 “자회사에 손해사정 업무를 맡긴 대형사들이 대부분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도 많다”면서 “자회사가 일감을 주는 모회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과연 공정하게 손해사정 업무를 수행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