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여파로 노인 인구의 비중은 계속 높아지지만 노령층의 경제 상황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얕은 복지 수준과 질 낮은 일자리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고도성장기 한국경제 발전을 이끌어 온 현재의 노년층에게 윤택한 실버 생활은 외국 영화에서나 나오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궁핍에 내몰린 노인들은 은퇴를 선택하는 대신 나이 지긋하도록 노동 현장을 전전하고 있다.
◇뼈가 닳도록 일했건만=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0∼64세 고용률은 57.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20대가 기록한 56.8%를 웃도는 수치다. 노인층의 고용률이 20대를 앞지른 것은 경제활동인구 조사가 시작된 1963년 이래 처음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부모들에게 얹혀사는 동안 이들을 키우느라 은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고령층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은퇴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38만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2.7%를 차지했다. 고령인구는 1990년 219만5000명(5.1%)에 그쳤지만 20여년 만에 인구수로는 3배 가까이, 비율로는 2배 넘게 늘었다. 통계청은 2026년에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유엔이 정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부모세대 덕을 봤던 젊은 세대에게도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올해 노년 부양비는 17.3을 기록했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65세 고령자가 17.3명이라는 뜻이다. 생산가능인구 5.8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하고 있는 셈이다. 저출산 기조가 유지된다면 2018년에는 생산가능인구 5명이 고령자 1명을, 2030년에는 2.6명이 1명을, 2060년에는 1.2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라지는 사후 세계관=베이비부머 세대를 포함하는 준고령층(50∼64세)은 숨진 뒤 화장(火葬)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46.5%를 기록할 만큼 매장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졌다. 이는 매장(16.1%)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들은 매장(34.8%)을 선택한 응답자가 화장(28.2%)보다 많았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결혼과 이혼에 대해서도 고령자들보다 개방적인 의식을 드러냈다. 준고령자들은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58.1%에 그쳤지만 고령층은 75.0%가 이혼에 반대했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견해는 73.5%로 고령자의 83.9%보다 10% 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나타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64.2명을 기록했다.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2010년(81.9명)에 비하면 낮아진 수치지만 전 연령대 평균(28.5명)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불우한 말년을 겪는 노인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남성 고령자의 자살률이 102.3명으로 여성 고령자(37.3명)보다 훨씬 높았다. 연령별로는 65∼69세(42.2명), 70∼74세(59.5명), 75∼79세(77.7명), 80세 이상(94.7명)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률도 높았다.
세종=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고령사회 노인들] 은퇴 여유?… 생계형 노동 언제 끝날지 모른다
입력 2014-09-30 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