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격화… 통제 불능 상황으로

입력 2014-09-30 03:25
2017년 치러지는 행정장관 보통선거의 완전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29일 이틀째로 접어든 도심 점령 시위는 시위 지도부의 통제를 벗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강경 대응 지시가 내려진 가운데 1일 대규모 시위가 다시 예고돼 유혈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홍콩 경찰이 전날 최루탄을 사용하며 강제 해산에 나섰지만 시민 3000여명은 밤을 샌 뒤 도심에서 거리 시위를 이어갔다. 홍콩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한 것은 2005년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당시 벌어진 한국 농민들의 항의 시위 이후 처음이다. 일부 도시 기능도 마비됐다. 17개 은행의 29개 지점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고 버스 운행이 중단되면서 서부지역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들도 휴업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위 지도부가 시민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 지도부는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강경 대응에 나서자 부상을 우려해 도심의 시위대에 ‘타마르 공원’으로 퇴각을 명령했다. 실제 부상자는 수십명에 달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SCMP는 전했다. 도심 점령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우리는 센트럴 점령 지도부와 대학생들을 위해 여기 온 게 아니다. 우리 자신과 홍콩을 위해 여기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시위대가 전날 우산으로 경찰의 최루액 스프레이와 최루탄 가스를 막아낸 것을 기념하는 ‘우산혁명’ 로고도 등장했다.

시민들 사이에는 중국군이 개입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이 28일 담화문을 통해 홍콩에서 법치를 파괴하고 사회 안녕을 훼손하는 위법행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경고하면서부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무장병력의 도움으로 홍콩의 안정을 빨리 찾을 수 있다. 중국 무장경찰이 홍콩 경찰의 시위 진압을 도울 수 있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삭제됐다. 렁춘잉 행정장관은 이를 의식한 듯 “단지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홍콩 안팎의 지지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 입법회의 범민주파 의원 23명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렁춘잉 행정장관 탄핵 논의를 위한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홍콩변호사협회도 “일부 시위대가 법을 위반했을 수 있지만 이것이 비무장 시민에 대한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성명을 냈다.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도 “홍콩 시민의 기본적인 자유 수호 의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