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서 비롯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마침내 서북청년단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세력까지 등장했다. 서북청년단이 어떤 조직인가. 해방정국의 혼돈 속에서 미 군정의 사주로 제주 4·3사태 때 제주도민의 10%가량을 학살한 것을 비롯, 반공을 명분으로 수십만명의 국민을 불법적으로 무참히 살해한 집단이 아닌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서북청년단 재건 준비위원회’라고 주장한 극우단체 회원들이 나타나 세월호 참배객들이 붙여놓은 노란 추모 리본을 강제로 철거하려 했다.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지만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더 이상 국론 분열의 중심에 서게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들에게 묻는다. 서북청년단을 재건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서북청년단과 세월호 희생자 추모 리본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유가족과 참배객들에게 반공 이데올로기의 잣대를 들이대 과거 그랬던 것처럼 참혹한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인가.
보수극우 단체들의 반세월호 행위가 점차 노골적이고 과격해지고 있다. 지난 7월 ‘엄마부대 봉사단’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유가족 단식 농성장에 진입하는가 하면 이달 초에는 20대들이 중심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이 ‘폭식투쟁’ ‘맞불단식’을 벌이면서 유가족들을 울렸다. 지난 27일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반대 서명운동을 해 온 ‘세월호국민성금반환운동본부’가 광화문광장 옆 동아일보사 앞에서 ‘아듀 세월호’ 깃발 화형식을 갖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할 수 있다. 사고 원인과 책임소재, 수습 방안 등에 대한 인식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사고 발생 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여진이 이어진 만큼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자신들의 주장이나 행동을 극한의 양상으로 표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보수임을 자처하는 세력들은 사적인 분노를 최대한 자제해야 된다. 더욱이 그것이 유가족들의 슬픔에 대한 조롱이나 비하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엄격히 억제돼야 한다. 유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요구와 주장은 하되 상식과 합리에 바탕을 둬야 한다. 그래야 슬픔의 진정성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 여와 야, 부자와 빈자, 노인과 젊은이 사이의 반목을 다독거릴 세력이 마땅치 않다. 정치, 언론, 종교 등 어느 곳도 적극적 중재자로서의 사회적 포용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다툼도 쉽게 조정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확증편향만 공고해진다. 이는 서로가 반대방향으로 질주하는 퇴행적 행동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증폭된다. 세월호 참사 5개월이 훨씬 지났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절충과 타협의 여지도 좁다.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나뉘어 각자 목소리만 높인다. 이해와 양보, 공감과 배려를 아우르는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사설] 배려는커녕 절충·타협 능력도 없는 한국사회
입력 2014-09-30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