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래는 콘텐츠”… 영화산업에 목매는 IT공룡들

입력 2014-09-30 04:49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IT 공룡들이 영화 산업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과 콘텐츠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놓쳐서는 안 될 사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재일교포 3세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주당 32달러, 총 34억 달러(약 3조5513억원)를 인수 조건으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림웍스는 ‘슈렉’ ‘쿵푸 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등 인기 애니메이션을 만든 제작사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작품이 흥행 부진을 겪으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소프트뱅크는 2000만 달러를 투자했던 알리바바의 상장으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약 750억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자금 동원의 여유가 생긴 상황에서 필요한 사업으로 판단한 영상 분야 기업 인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 회장은 드림웍스 외에도 라이온스 게이트,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등도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이 영화 분야에 관심을 쏟는 건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영상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도 통신은 이번 인수가 모바일 분야에서 활용할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 회장이 한 수 앞을 내다보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투자로 대박 행진을 이뤄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도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인터넷 산업의 기린아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합친 단어)도 영화 산업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3월 8억400만 달러에 차이나 비전 미디어그룹을 인수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동영상 플랫폼과 콘텐츠를 강화해 ‘중국판 넷플릭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텐센트는 회사 내에 ‘무비 플러스’라는 사업부를 신설하고 영화를 직접 제작키로 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모옌의 소설을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함께 영화화하는 등 해마다 4∼5편의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또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이나 만화도 영화화할 예정이다.

바이두는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IQIYI)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화 크라우드 펀딩에도 뛰어들었다.

BAT의 목표는 명확하다. 동영상 광고 시장 때문이다. 구글의 유튜브는 지난해 광고 수익으로만 전 세계에서 56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유튜브가 막혀 있기 때문에 아직 동영상 광고 시장을 개척할 여지가 많다. 중국 동영상 광고 시장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질의 콘텐츠와 이를 유통시킬 플랫폼까지 보유함으로써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중국 내 영화 산업이 성장세를 보이는 것도 BAT가 영화에 욕심을 내는 이유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중국 영화 시장이 올해 46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30%가량 성장한 수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