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의 美’ 청화백자 500점 처음 한자리에

입력 2014-09-30 03:41
조선 15세기 ‘매화 대나무무늬 항아리’. 푸른색을 내는 코발트 안료가 전량 수입품이었기 때문에 조선 전기에는 왕실에서만 청화백자를 사용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백자에 파란색 문양을 그려 넣은 도자기, 청화백자(靑畵白磁)는 14세기 중국 원대(元代)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명대(明代)에 유럽에 수출되어 18세기 유럽 경질(硬質) 백자의 탄생을 낳았다. 우리나라는 15세기 조선시대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청화백자를 제작했으며, 조선 왕실의 미의식을 반영한 도자기로 발전시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조선시대 청화백자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를 30일 개막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청화백자 전시다. 김영나 관장은 29일 언론 공개를 통해 “중국이나 일본, 유럽에서는 청화백자가 주요한 교역 물품이었지만 조선의 청화백자는 왕실 주도의 관요(官窯) 체제를 통해 왕실의 수준과 취향을 일관되게 투영한 점이 특징”이라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 청화백자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품작은 국보·보물 10점을 포함 총 500여점에 이른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이데미쓰(出光)미술관,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이 소장한 조선 청화백자와 중국 명대의 청화백자, 일본 청화백자가 함께 전시된다.

국내에서는 국립고궁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등 14개 기관이 소장한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았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수장고에서 일제강점기 이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청화백자 150여점을 처음 선보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청화백자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인 용무늬 항아리. 왕실의 잔치 때 꽃을 꽂거나 술을 담는 용도로 사용했던 용무늬 항아리의 대표작들을 한자리에 전시했다. 또 한·중·일 삼국의 청화백자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비교해 볼 수 있게 했다.

임진아 큐레이터는 “청화백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경기도 광주에 설치된 분원이라고 하는 관요에서 제작됐고, 푸른색을 내는 코발트 안료는 전량 수입품이었기 때문에 조선 전기에는 오직 왕실에서만 사용했다”면서 “이로부터 내면적이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 여백이 강조되고 서정적이면서도 시정 넘치는 문양, 간결한 필치 등의 특징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11월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됐다. 청화백자를 사용하는 계층이 왕실(1·2부)에서 18세기 사대부(3부), 19세기 일반 백성(4부)으로 확대돼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5부에서는 하얀 바탕에 파란 문양을 그려 넣는 화풍이 현대에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 김환기 이우환의 회화와 박영숙 권영식 등의 도자 작품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중·고교생 4000원, 초등생 3000원.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