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공무원연금 개혁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요청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들었던 한국연금학회 김용하 회장이 지난 주말 사퇴하는가 하면 안전행정부는 연금개혁안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내년 공무원 급여 인상률을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부안이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건만 정부와 여당은 벌써부터 공무원들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김용하 전 회장은 “학회에 부담을 줘 미안하다”며 회장직을 사퇴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공무원과 가족의 표를 의식하고, 정부는 ‘셀프 개혁’ 공격을 우려해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면서 “진짜 개혁 저항세력은 공무원을 무서워하는 당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는 22일 열린 정책토론회장에 난입해 행사를 무산시킨 것도 모자라 연금학회 사무실을 점거하고 전화와 인터넷, 광고 등으로 학회를 공격했다. 그러는 사이 정부와 새누리당은 뒷전에 물러나 있었다. 김 전 회장이 정부·여당에 “(개혁안이) 학회 의견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 달라”고 요청하자 안행부 차관이 뒤늦게 “새누리당의 안”이라고 해명했을 정도다. 국정 책임자들이 중차대한 국가정책 앞에서 이렇게 비겁해지는 꼴을 보는 것은 울화가 치밀면서도 서글픈 일이다.
공무원노조는 그들이 받는 퇴직수당이 민간 부문의 퇴직금에 비해 턱없이 적다고 말한다. 그러나 29일 국민일보가 보도한 국민연금연구원의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퇴직금이나 퇴직수당을 연금과 합한 노후소득을 비교해볼 때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훨씬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에 입사한 31세 남성이 33년간 보험료를 납입했을 경우 공무원연금과 퇴직수당을 합한 소득대체율은 소득과 무관하게 71.2%로, 소득에 반비례하는 국민연금 수령자의 소득대체율보다 모든 소득구간에서 더 높다. 월평균 소득이 375만원인 공무원은 퇴직 후 82세까지 같은 소득의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2억1942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이 경우 공무원은 33년간 2억700만원, 국민연금 가입자는 1억3365만원을 각각 보험료로 납입했음을 감안하더라도 1억4607만원의 차이가 난다.
공무원연금을 그대로 놔두면 앞으로 10년간 국민 세금으로 53조원가량을 메워줘야 한다. 국민연금은 낸 돈의 1.7배를 받지만 공무원연금은 2.3배를 받아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공무원노조는 형평성이 문제라면 공무원연금을 깎을 게 아니라 국민연금 보장 수준을 높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국가 재정상 국민연금 지급액을 높일 형편이 아니라는 것은 공무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제 공무원들도 연금 특혜를 포기하고 고통 분담에 동참할 때다. 정부·여당도 적극적으로 공무원노조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사설] 공무원연금 특수성 감안하더라도 개혁 불가피
입력 2014-09-30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