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약의 살아있는 전설’ 이순자(36·전북체육회)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값진 메달을 2개 따냈다.
이순자는 29일 경기도 하남 미사리 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카약 4인승 500m와 1인승 500m 결승에서 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카약 2인승 500m 동메달 이후 8년만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체육 교사의 권유로 카약을 시작한 그는 3학년이던 2000년 전국체전 카약 1인승 200m에서 처음 우승한 이후 2012년까지 13연패를 달성했다. 비인기종목이라는 설움 속에서도 카약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한국 카약 역사상 처음으로 자력 올림픽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당시 경제적 문제로 자신의 배를 가져가지 못하고 현지에서 빌려 타는 바람에 예선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그의 도전은 한국 카약에 큰 희망을 안겼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2010년부터 3년간 국가대표 공백기를 가졌다가 지난해 복귀한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메달을 따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했다. 그는 경기 후 “정말 이번 대회를 마지막이라 보고 열심히 한 결과”라며 “띠동갑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 하면서 자신과의 싸움도 많이 했고 부상도 있었지만 주변의 격려로 극복했다”고 돌아봤다. 특히 함께 4인승에 나선 세 후배 김유진(24), 이민(20·이상 대전시체육회), 이혜란(23·부여군청)에게 공을 돌렸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이라고 보고 달려왔다는 그지만 어디가 그의 끝일지는 아직 모른다. 그는 “4년 뒤 아시안게임에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상황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면 모를 일”이라면서 “운동 선수에게 도전 정신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카약은 많이 발전해왔고, 앞으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충분한 투자가 따른다면 메달이 많이 걸린 종목인 만큼 국제 대회에서 효자 종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카약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조광희(21·울산시청)는 이날 남자 카약 1인승 200m 결승에서 35초464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카약 종목에서 마지막 금메달을 딴 것은 1990 베이징아시안게임으로 당시 천인식이 3관왕(남자 카약 1인승 1000m, 카약 2인승 500m, 카약 2인승 1000m)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5개 대회에서는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카약에서 아시아 정상에 다시 서는데 무려 24년이 걸린 셈이다.
충남 부여중 1학년 때 노를 잡기 시작한 조광희는 부여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국내 대회에서 2등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강자로 군림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 이미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182㎝의 건장한 체격을 바탕으로 유럽 선수들과 비교해도 힘에서 밀리지 않고, 파워와 민첩성은 물론 순발력 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광희는 과도한 심적 부담감에 잠시 스스로 태극마크를 내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방황을 끝내고 돌아와 2012년 난생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인 우즈베키스탄 국제오픈에서 깜짝 성적을 내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 대회에서 남자 카약 1인승 200m와 2인승 200m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2관왕에 오른 것이다. 특히 1인승 200m에서 2012 런던올림픽 같은 종목 우승자보다 빠른 기록을 남겨 이번 아시안게임 메달 기대감을 키웠다.
하남=노용택 기자
[인천아시안게임] ‘한국 카약의 전설’ 이순자의 빛나는 은·동 물살
입력 2014-09-30 01:21 수정 2014-09-30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