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습 (중)] 中 ‘금융굴기’ 지구촌 야금야금

입력 2014-09-30 04:33

중국의 ‘굴기’(?起·세계 속에서 우뚝 선다는 정책)는 금융 부문에서도 활발하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26일 베이징 집무실에서 한국의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스테판 잉베스 스웨덴 중앙은행 총재, 웨인 바이어스 호주 금융감독청장 등 각국 금융감독기구 대표단을 만나 “시장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모든 자본이 평등하게 중국 금융시장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자본·통화시장의 대외 개방을 순차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금융의 개혁·개방은 이미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지만 앞으로 더 큰 역량으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말한 금융 개혁·개방은 금리·환율·자본 자유화와 위안화의 국제화, 금융기관 개혁, 금융시장 육성, 금융감독체제 정비 등을 뜻한다.

중국이 ‘금융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실물경제의 눈부신 성장에 비해 금융 부문 발전이 한참 더디기 때문이다. 실물경제에서 G2로 올라서서 201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위상은 아직 미약하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3조4000억 달러로 전 세계 시총의 5.4%, 중국 채권시장 시총(4조1000억 달러)은 4.5%에 불과하다. 또 위안화는 지난해 말 현재 세계 외환 거래액의 2.2%, 지급 결제액의 1.6%, 국제 채권발행 잔액의 0.4%를 차지했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와 금융시장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교역국 지위를 바탕으로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활발한 위안화 유출로 역외 위안화 금융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 위안화 국제화와 해외 자금 유치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본토 금융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중이다.

4조 달러(2위 일본의 3.3배)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그동안 대내외 충격으로부터 중국 경제·금융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유지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게 돼 중국의 해외 투자를 촉진시키는 유인이 되고 있다.

중국은 2012년부터 성장률이 7%대로 둔화됐지만 금융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중국의 대외 영향력이 오히려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연구원은 “중국의 대외 익스포저(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금액)가 전 세계의 대중(對中) 익스포저보다 3배 이상 커진 가운데 위안화 국제화와 금융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기존 실물경제에서 금융 부문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금융시장 개방은 우리에겐 좋은 기회이자 위험 요인이다. 신한금융투자 선성인 책임연구원은 “중국 금융시장 개방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렸고, 중국 자금의 국내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다만 글로벌 투자자금의 중국 투자 확대로 인해 한국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