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를 가진 아버지 밑에서 형제 없이 외롭게 자라고 있는 아이, 한국인 아이들에게 집단따돌림을 당해 학교 다니기가 무섭다는 아이 등이 야구를 하고 싶다며 찾아왔습니다.”
다문화가정 아동들로 구성된 다문화 야구단이 만들어졌다. 경찰과 지역사회가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은 덕분이다. 다문화가정 야구단이 생긴 것은 처음이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울산지역 ‘다문화 꾸러기’들로 구성된 리틀야구단 ‘울산 스윙스(Ulsan Swings)’를 창설했다고 29일 밝혔다.
울산 스윙스는 전날 남구 문수야구장에서 창단식과 함께 첫 공식 연습경기를 가졌다. 이 야구단에는 베트남 몽골 이집트 캐나다 키르기스스탄 등 10여개국 출신 부모를 둔 초등학교 1∼6학년(8∼13세) 20명의 아이들이 선수로 참여하고 있다. 이 중 여학생 3명도 배트를 잡는다.
스윙스 야구단은 남부경찰서와 남구종합사회복지관이 3년 동안 준비해 창단을 하게 됐다.
리틀야구단 창단에 주도적 역할을 한 울산 남부경찰서 외사계 오주원(43) 경사는 “상당수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탈선 등에 노출돼 있는데 어릴 때부터 사회 적응과 자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오다 야구단 창단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부경찰서 직원들과 남구종합사회복지관, 외국인 단체인 다문화커뮤니티의 노력으로 처음에는 반응이 없던 다문화가정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아이의 손을 잡고 가입을 하고 싶다며 문의해왔다.
야구단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을 한다. 기회가 되면 대회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창단을 준비하는 지난 3년 동안 후원이라든가 감독·코치 선임, 야구단 운영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다행히 야구단 창단 소식을 전해들은 지역 기업인 삼성정밀화학㈜이 유니폼과 장비를 후원했다. 굿모닝병원은 아이들이 다쳤을 때 치료를 해주기로 했다. 울산시도 야구단을 도와주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습할 수 있는 장소는 동평중학교와 청솔초등학교, 여천초등학교에서 운동장을 빌려주기로 했다.
울산 스윙스는 오 경사의 동생이자 프로야구 OB 베어스 선수 출신인 오창식(38)씨, 고교선수 출신 함정호(28) 코치가 ‘무보수’ 감독·코치를 맡았다. 남부경찰서 야구 동호회 캅스(Cops)도 멘토링을 맡는다.
8세 남우진 단원의 어머니 황지혜(30·베트남 출신)씨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야구단이 만들어지게 돼 고맙다”면서 “아들이 스윙스에서 활동하면서 다른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어울리고 체력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외로움 따돌림은 저 멀리 날리고… 새 희망 키워요”
입력 2014-09-30 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