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63.3세.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눈에 띄게 고령화됐다. 당내외 인사들은 위기 극복을 맡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40, 50대 ‘젊은’ 정치인의 역할이 사라진 것은 새 리더를 키워내지 못하는 야당의 한계를 보인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고령화 자체보다 당 대표급 인사들이 10여년째 당권을 교대로 잡는 ‘회전문 인사’를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 6명은 당연직인 박영선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60, 70대다. 박지원 비대위원이 만 72세로 나이가 가장 많고 문희상 비대위원장(69)과 정세균(64) 문재인(61) 인재근(60) 비대위원 순이다. 당 정치혁신실천위원장으로 임명된 원혜영(63) 의원 역시 60대다. 지난해 5월 전당대회를 통해 뽑은 전임 지도부의 평균 나이 56세보다 7세 이상 많아진 셈이다. 당시엔 50대는 물론 40대 최고위원도 있었다.
비대위 참여설이 흘러나왔던 50대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지난 26일 “지금 저로서는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해 다시 당을 이끌어가겠다고 나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합류불가 의사를 밝혔다. 같은 50대인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직까지 겸하면서 당의 ‘비상대권’을 손에 쥐었다가 불과 한 달여 만에 불명예스럽게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났다.
일단 지도부 고령화는 각 계파 수장으로 구성된 이번 비대위의 한시적 특성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당 대표급 인사들이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균 연령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새누리당도 서청원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 등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 인사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중진·원로 정치인이 현역으로 남아 경륜을 발휘하는 것도 정치 발전에 나쁘지 않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야당이 위기 상황에 몰리면 결국 중진·원로 정치인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은 ‘리더십의 노쇠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원들이 뽑은 젊은 지도부 대신 도로 ‘원로 정치’로 돌아가는 것은 리더십 정체라는 것이다. 실제 문 비대위원장은 이미 2005년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장을 맡은 바 있다. 정 비대위원도 2005년 열린우리당의 임시 당의장을 맡은 이래 2007년 열린우리당 의장, 2008년 민주당 대표 등을 역임했다. 박 비대위원도 김대중정부에서 요직을 지냈다. 당의 한 관계자는 29일 “당 리더십이 17대 열린우리당 인력 풀에 고정돼 그대로 노쇠화되고 있다”며 “상임고문 등 원로들이 당의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중진정치’가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 야당사(史)에서 1970년대 ‘40대 기수론(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정풍운동’ 등 젊은 정치인이 혁신을 주도했던 점을 감안하면 야당의 리더십 노쇠화가 눈에 띈다는 평가다.
개혁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정계에 입문했던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들이 리더로 자리잡지 못한 현실도 야당 리더십 노령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86정치인들이 과거 집착과 분파주의 성향으로 ‘그들만의 섬’에 갇혀 버리면서 리더십 바통을 이어받지 못했다”며 “새정치연합은 젊은 사람들이 가지 않으려는 정당이 됐다. 근본적 개혁이 없을 경우 리더십 노령화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리더십 노령화가 ‘노련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비판도 뼈아픈 대목이다. ‘문희상 비대위’는 책임정치를 위해 계파 수장들을 비대위원으로 불러들였으나 초반부터 모바일 투표 도입을 두고 공개적인 설전이 오가고 있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당에서도 ‘젊은 리더’ 수혈을 적잖게 고민하는 모습이다. 비대위는 정치실천혁신위원을 확정했는데 위원 12명 가운데 7명이 초선 의원으로 배치했다. 초선 의원들의 개혁성을 바탕으로 혁신안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초선 의원들이 당 개혁을 이끌 동력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진·다선’ 비대위 아래 ‘초선’ 혁신위가 있는 구조인 데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그동안의 혁신안도 말만 무성했고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기획] 평균연령 63세, 원로원 된 野 비대위… 노령화? 노련화?
입력 2014-09-30 0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