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음악’ 탱고에 빠지지 않는 악기 반도네온. 생소한 이름이지만 음색을 한번 들어보면 “아, 이 악기!”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다. 국내에서 독보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30·사진)가 지난 23일 첫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앨범 제목은 ‘마이크그레(maycgre)’. 에반게리온의 마키나미 마리 일러스트리어스 등 음악에 영감을 준 애니매이션 캐릭터 이름을 조합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사에서 만난 그는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의 곡처럼 익숙한 곡 뿐 아니라 새로운 분위기의 탱고 곡까지 모아 만든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어린 시절 가야금을 연주했던 그는 카이스트 입학 후 록 밴드 베이스와 건반주자로 활동하면서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갑작스런 병치레로 2년가량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친구가 돼 준 것도 음악이었다. 반도네온과의 인연은 아르헨티나에 다녀온 엄마의 선물에서 시작됐다. 투닥투닥 만져보면서 반도네온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직접 버튼을 눌러가며 음계를 찾아 익혔고 거리에서 공연도 했다.
“피아노나 작곡 능력으로는 먹고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워낙 포화상태니까요. 반도네온으로 거리연주를 하면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거라면 먹고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대학을 중퇴한 뒤 아르헨티나로 탱고 유학을 갔다. 귀국 후 지난 2007년부터 가수 정재형(44), 김동률(40), 이승기(27) 등의 콘서트 연주 멤버로 무대에 서면서 꾸준히 활동했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MBC ‘무한도전’ 등에 출연하면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는 탱고 리듬에 맞춰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출격’, 애절함을 담은 ‘빗물 고인 방’ 등 9곡의 자작곡이 수록됐다. 그는 “한국 사람들에게 탱고는 애절한 이미지가 강한데 흥겹고 신나는 곡들도 많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탱고 음악의 매력을 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상지는 다음달 2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백암아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오는 12월 31일에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의 공연도 계획돼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탱고 리듬으로 이끄는 그녀의 반도네온… 첫 앨범 ‘마이크그레’ 낸 연주자 고상지
입력 2014-09-30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