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도심에서 중대형 싱크홀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대형 굴착공사 현장 892곳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해 내린 결과다. 그러나 331곳에서 침하, 균열, 안전관리 소홀 등의 문제점이 발견돼 정부가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휩싸여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9일 대형굴착공사가 진행 중인 892곳에 대한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땅이 꺼지는 현상이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중대형 공동(빈 굴)이나 심각한 침하는 발견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우리나라 국토 대부분이 단단한 화강암이나 편마암으로 구성돼 있어 외국과 같은 대형 싱크홀은 발생하기 어렵다”며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작은 규모”라고 밝혔다. 서울시에서 2010년부터 올 7월까지 발생한 싱크홀 197건 중 피해면적이 4㎡를 넘는 곳은 15건(7.6%)으로 집계됐다. 석촌호수나 2012년 인천 서구 지하철 공사장 부근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부실시공으로 발생한 ‘특이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내놓은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시정명령을 받은 곳은 조사대상 3곳 중 한 곳꼴인 302곳이다. 하수관, 난방관 등이 파손됐거나 도로·보도·인근 건축물 등에 균열이 간 곳도 29곳이나 됐다. 이들 현장은 점검반으로부터 보수 보강 명령을 받았다.
조사를 실시한 주체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조사 대상 892곳 중 849개 현장은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실시했다. 특별점검에서 싱크홀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공사 당시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현장에서 인근 지반이 조금 침하되거나 약간의 균열이 발견된 것”이라며 “(싱크홀의 원인인) 지하 매설물의 깊이도 평균 1.2m 로 낮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도심지 지하개발이 늘고 땅속 매설물도 낡아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지하 공간 통합 안전관리체계’ 구축 방안을 내놓았다. 지하의 모든 정보를 망라한 ‘지하 공간 통합지도’를 구축한다는 게 골자다. 여기엔 지하매설물(상하수도 통신 전력 등), 지하구조물(지하철 지하보도 주차장 상가 등), 지반(기추 지질 등) 등 15개 정보가 3D 기반으로 담길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반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 지역은 대규모 지하개발의 인허가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지하 공간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이고, 싱크홀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 42억원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한 상태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싱크홀 점검도 분석도 안일한 정부… 대형 공사 현장 892곳 중 331곳서 침하·균열 발견
입력 2014-09-30 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