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 그대-⑬ 핸드볼 우선희] 4년을 기다렸다… Again 우생순

입력 2014-09-30 03:30

“4년을 벼르고 별렀다.”

한국 여자 핸드볼의 ‘기둥’ 우선희(36)는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일본에게 당한 뼈아픈 패배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여자 대표팀은 예선부터 4전 전승을 거두며 파죽지세를 달렸다. 1990 베이징아시안게임부터 5연속 금메달에 이어 이제 당연히 6연패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4강전 상대는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의 상대로 평가되는 일본. 그러나 28대 29로 아쉽게 패하며 결승행이 좌절됐다.

4년 뒤인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번 일본을 만나게 됐다. 이번엔 10월 1일 결승전이다. 지난 28일 준결승 두 번째 경기에서 일본이 중국을 28대 25로 꺾고 결승 상대로 정해지자 우선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우선희는 29일 “아직도 그때 (광저우 대회)를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며 “한·일전에서 깨끗이 승리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 그 생각을 떨치고 싶다”고 말했다.

우선희는 12년 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국제대회에 첫 출전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우생순 신화’ 당시에는 대표팀 막내였다. 그런 그가 어느덧 4번째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주장으로써 후배들을 이끄는 고참 선수가 됐다. 우선희는 “매 경기가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에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8일 카자흐스탄과의 준결승 경기에서도 팀 최다 득점인 10골을 퍼부으며 41대 30 승리를 견인했다.

청춘을 태극마크에 바친 우선희는 결혼 10년 차 주부이기도 하다. 남편과 가족의 지원이 10년 넘는 대표팀 생활의 큰 힘이 됐다. 우선희는 “선수 생활에 더 많이 치우쳐 있어서 아직 주부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시댁과 남편이 이해해줘서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6세. 핸드볼 선수로서 적은 나이가 아니다. 은퇴를 고려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그럼에도 우선희의 대표팀 은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핸드볼 대표팀 관계자들은 “우선희와 같은 라이트백은 흔하지 않다. 당장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베테랑이 없다”면서 “대표팀에는 우선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선희의 은퇴를 만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선희의 눈앞엔 이번 대회 우승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항상 마음에 가지고 있다”며 “인천에서 후배들과 함께 반드시 금메달을 차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