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우주 엘리베이터

입력 2014-09-30 03:30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영국의 동화 ‘잭과 콩나무’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잭은 하룻밤 사이 하늘까지 자란 마법의 콩나무를 타고 하늘나라에 있는 거인의 집에 다다른다. 잭은 거인 몰래 금화 한 꾸러미와 황금 알을 낳는 닭, 스스로 연주하는 황금 하프 등을 훔쳐 콩나무를 타고 내려온다. 하늘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동화로 표현된 것이다.

하늘을 향한 인류의 열망은 간절했다. 1895년 러시아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는 우주로 뻗은 기상천외한 ‘천상의 성’을 제시했다. 1959년에는 소련 과학자 유리 아르추타노프가 이른바 ‘우주 엘리베이터(Space Elevator)’에 대한 현대적인 아이디어를 최초로 발표했다. 정지 위성에서 지상을 향해 케이블을 늘어뜨리고, 반대편 우주 쪽으로 중력을 상쇄시키는 평형추를 매다는 방법을 공개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상상력에 불과했던 그의 아이디어는 공상과학(SF) 소설가로 유명한 영국의 아서 클라크에 의해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작가 클라크는 이를 소재로 78년 ‘천국의 분수’라는 SF 소설을 낸 것이다.

세계적 물리학자인 미국의 미치오 가쿠는 2012년 저서 ‘미래의 물리학’에서 가까운 미래(2012∼2030년) 조금 먼 미래(2030∼2070년) 먼 미래(2070∼2100년)로 나눈 뒤 컴퓨터, 인공지능, 의학, 나노테크놀로지, 에너지, 우주여행, 부(富), 인간의 미래 등 8가지 분야를 조망했다. 이 중 ‘먼 미래’에서 인간은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구와 우주를 잇는 터널은 이때까지만 해도 기술적 제약으로 소설이나 아이디어, 예측 수준에 불과했다.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이 인류의 꿈이 소설 밖으로 나와 드디어 현실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일본의 5대 건설회사인 오바야시건설은 지구에서 9만6000㎞ 높이까지 올라가는 우주 승강기 계획을 최근 내놓았다. 우주로 쏘아올린 인공위성에서 지구로 늘어뜨린 케이블을 통해 아래위를 오가는 엘리베이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가장 큰 난제인 케이블은 철강보다 100배 이상 강한 ‘탄소 나노튜브’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바야시건설은 개발속도로 볼 때 2030년 케이블을 만들고 2050년 우주 엘리베이터 운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화 속의 잭처럼 현실 속에서도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