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은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실험위성 우리별 1호가 발사된 지 22주년이었다. 한국이 세계에서 위성을 보유한 22번째 나라로 기록된 날이기도 하다. 우리별 1호는 해외의 도움을 받아 개발되었지만 한국 우주개발사 첫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후 우리나라는 우리별 2·3호, 과학기술위성 1·2·3호, 무궁화 1·2·3·5·6호, 아리랑 1·2·3·5호, 천리안 1호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하였고 2013년 1월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성공까지 우주강국 반열에 발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우주개발 이면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 바로 통신기술의 발전이다. 우리별 1호에는 아마추어 무선중계기가 실려 있어 전 세계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남극 세종기지에 근무하던 연구원과 아마추어 무전기로 하루 두 차례 위성통신을 이용한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정지궤도에 발사된 무궁화 1호는 위성중계, 위성통신 등 방송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무궁화 3호는 서비스 지역을 동남아까지 확대했다. 또한 2010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통해 개발한 천리안 위성은 세계 7번째로 기상탑재체를 보유하게 되어 평균 15분 단위로 정확한 기상정보 제공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해양탑재체를 통해 국내 연안의 상시 해양상태 감시가 가능해졌다. 또한 국내 최초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의해 국산화된 통신탑재체의 우주인증 시험과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각국은 인공위성을 통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1957년 구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한 이래 우주개발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위성은 주로 탐사 및 군용으로 사용되는 저궤도 위성, GPS와 같은 항법 분야에 사용되는 중궤도 위성, 방송통신과 기상관측에 사용되는 정지궤도위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정지궤도위성에 대한 국가 간 경쟁은 그 한정된 공간으로 매우 치열하다.
특히 지구 적도 상공 3만5786㎞에 위치한 정지궤도에서 위성은 지구의 자전과 같은 주기로 공전하는 관계로 그 지역에 대한 24시간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위성 현황조사 결과를 보여주는 TBS사에 따르면 2012년 정지궤도에는 305개의 통신위성이 운용되고 있으며 기상·군사위성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고 한다. 기술 발전에 따라 위성 간 간격을 좁혀 더 많은 위성을 배치하더라도 가용 주파수 조합 및 궤도 위치를 고려하면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경 55도부터 서경 170도 사이에서 중국은 35개, 일본은 22개의 정지궤도위성을 운용 중인 반면 우리나라는 겨우 4개만을 운용하고 있다.
위성 궤도와 주파수 관리는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새로운 위성을 발사하고자 하는 국가나 기관은 최대 7년 전에 위성망 국제등록 신청서를 ITU에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희망하는 궤도 위치, 이용할 주파수 대역, 용도 등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전 세계에 공표한다. 이후 국가 간에 조정을 하게 되는데 기존 위성을 보유한 기관이나 국가들과 일일이 전파간섭이나 혼선이 없도록 합의해야 한다.
정부는 정지궤도 복합위성 2기 등 2020년까지 10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때마침 ITU의 초고위급 회의, ‘ITU 전권회의’가 올해 10월 부산에서 개최된다. 193개국 장차관급 인사 등 대표단만 3000여명이 참가하는 매머드급 국제회의다. 우주개발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많은 견제를 받고 있다. ‘ITU 전권회의’ 개최를 통해 위성통신 분야에서 국제적 리더십 확보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아울러 정지궤도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硏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
[기고-이상률] ‘ITU 부산 회의’에 거는 기대
입력 2014-09-30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