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세월호 특별법의 ‘통 큰 처리’를 위한 여야 대표 회동을 긴급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10분 만에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했다. 새누리당은 30일 예정된 본회의 참여를 요구하며 문 위원장에게 “속임수를 쓰지 말라”고 비난했다. 이에 새정치연합에서는 “배째라 식 횡포가 금도를 넘었다”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월호 특별법과 국회 의사일정을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써야 한다는 현실론이 부각되고 있다.
◇김무성·문희상 채널도 막히나=문 위원장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10월 1일부터는 정국이 정상화되기를 간곡히 바란다”며 “오늘이라도 당장 만나자”고 김무성 대표에게 회담을 제안했다. 문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과 국회 정상화 문제가 통 크게 일괄 타결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공개적으로 감정싸움을 벌였으며, 양측은 전화 연락조차 단절된 상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치적 속임수”라며 대대적인 비난에 나섰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회에서 일해야 할 의무를 두고 정치적 전략이나 협상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국민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숙 원내대변인도 “더 이상 속임수 쓰지 말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문 위원장의 제안을 TV를 통해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위원장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유가족과 야당에 떠넘기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하자 김 대표는 “그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고 한다.
◇수세에 몰린 야(野), 심야 비대위원 회동…30일 본회의 분수령=새누리당은 현 상태라면 30일까지 협상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8·19 2차 합의안’을 수용하거나 본회의에 먼저 등원해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초강경책이다. 문 위원장이 대표 회동을 거론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새누리당이 30일 본회의를 열어 반쪽 국회를 강행한다면 정국은 파국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을 향해 “세월호 협상을 안 하겠다는 속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유가족의 양해 및 동의가 없이는 당론을 하나로 모을 수 없다는 점에서 ‘외통수’에 몰린 상황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으로부터 한 차례 양보를 얻어낸 만큼 다시 본회의를 거부할 명분도 약하다.
문 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은 심야에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세월호 특별법 및 본회의 참석 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전화조차 안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등원이냐”는 성토가 쏟아졌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무릎을 꿇으라는 게 아니라 아예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라고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투쟁 의지를 모으기 위한 밤샘 의총이 예상된다”며 29일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엄기영 김경택 기자 eom@kmib.co.kr
문희상, 여야 대표회동 제안했지만 與 10분 만에 거절
입력 2014-09-29 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