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에너지안보센터(Energy Security Initiative) 소장인 찰스 에빈저 박사는 미국의 원유수출 금지를 해제하라는 압박이 크게 높아졌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에는 정책 변경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 에너지시장 환경 변화로 가장 곤경에 처할 나라는 러시아라면서 러시아는 한국에 천연가스뿐 아니라 원유를 사라고 ‘구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빈저 박사는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로 지난 9일 브루킹스연구소가 발표한 ‘변화하는 시장-원유수출 금지의 경제적 이득’ 보고서의 공동저자다. 인터뷰는 24일(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이뤄졌다.
-미 행정부나 의회가 언제 원유수출 금지를 풀 것으로 전망하나.
“오래 걸릴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11월 중간선거가 끝나면 오바마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수출금지 조치 해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논의를) 시작할 수 있지만 실행은 되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지지 세력이 환경보호론자들이다. 이들은 원유 수출길이 열리면 환경에 해악을 미치는 프래킹(fracking·암석 파쇄) 등을 통한 원유 채굴이 더 활발해질 것을 우려한다. 우리 연구결과는 그렇지 않지만 의원들은 만에 하나라도 원유 수출로 인해 가솔린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면 자신들에게 책임이 돌아갈까 두려워한다. 일러야 차기 대통령 정부 때나 돼야 원유 수출 금지 조치가 심각하게 논의될 것으로 본다.”
-가장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수출금지 해제 후 세계 원유값에 미치는 영향과 미국 내 가솔린 가격 상승 여부인 것 같다.
“거시경제적 분석뿐 아니라 시나리오별 모델분석을 한 결과 만약 내년에 미국산(産) 원유 수출이 허용되면 그해에만 미국 내 가솔린 가격이 배럴당 9센트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아울러 미국이 원유 수출을 하더라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상당한 원유 생산량 감축 등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세계 에너지 시장의 주목할 만한 경향을 설명해 달라.
“재생에너지 생산 증가와 내연기관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 미국의 셰일혁명 등으로 에너지 수요는 정체하거나 줄어들고 공급은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중동과 러시아 등 전통적 산유국들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국민들에 대한 막대한 에너지 보조금 지급과 유럽의 에너지 수입원 전환 움직임, 북극해 등 새로운 유전의 시추 비용 급증 등으로 가장 어려운 처지로 빠져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 등에 천연가스뿐 아니라 원유 판매에 적극 나설 것이다. 이는 에너지 수입처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는 좋은 소식이다.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미국 정부가 원유수출 금지조치를 전면적으로 해제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미 상무부의 콘덴세이트 등 비정제유 수출 허용 움직임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알다시피 상무부의 석유제품 수출은 비원칙적(ad hoc)이고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이미 맺은 만큼 콘덴세이트 수출 물량 확보 측면에서 일본보다 더 유리한 위치라고 본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인터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에너지안보센터 소장 찰스 에빈저 박사
입력 2014-09-30 0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