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못하는 금융지주 CEO 日과 견줘보니 실적 10분의 1인데도 연봉 더 받아

입력 2014-09-29 04:25

최근 금융지주체제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일본을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은행들의 자산과 순이익 등은 일본과 비교했을 때 훨씬 낮았다.

28일 한·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일본의 1∼3위 금융그룹 CEO 연봉은 11억∼12억원(100엔당 1000원 적용)이다. 1위 미쓰비시UFJ 파이낸셜그룹의 오키하라 다카무네 회장은 지난해 총보수로 1억2100만엔을 받았다. 기본급, 성과급, 스톡옵션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2위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그룹의 오쿠 마사유키 지주 회장은 1억2200만엔, 3위 미즈호 파이낸셜그룹의 사토 야스히로 지주 사장 겸 은행장은 1억1600만엔을 받았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기본급과 상여금 13억40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다 17억4000만원 상당의 성과연동주식까지 받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부여된 성과연동주식은 2013년부터 3년간 경영지표를 감안해 2016년에 지급된다”며 “따라서 경영성과나 주가 등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 한동우 회장은 기본급과 상여금 14억원과 14억2000만원 상당의 성과연동주식을 받았다. KB금융그룹은 회장 중도 퇴진으로 산정이 어려우나 기본급·상여금(13억1000만원)에 성과연동주식 3만3400주를 포함하면 22억3000만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금융그룹의 실적이 일본보다 좋다면 더 많은 임금이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 3개 금융그룹의 세계 은행권 순위는 미쓰비시 10위, 미쓰이 17위, 미즈호 21위다. 순이익도 각각 147억 달러, 135억 달러, 94억 달러에 달했다. 반면 국내 금융그룹은 하나 12억 달러, 신한 25억 달러, KB 17억 달러였고, 세계 은행권 최고 순위도 68위(KB)에 그쳤다.

금융사 고액 연봉 문제는 지난해에도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성과 없이 수십억원을 받는 CEO 보수체계를 시정하라고 금융회사에 요구했다. 성과보수 체계를 점검한 결과 영업 실적 악화에도 보수가 증가하는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각 금융사 임원들은 연봉 일부를 자진 반납하는 한편 합리적 보수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올해 초 성과연동주식 중 현금보상(PU)을 없애 주식보상한도를 40%가량 삭감했다.

규정만 보면 CEO 임금 결정은 합리적이다. 현재 금융지주회장 임금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평가보상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들이 CEO 경영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수를 책정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독립성이 부족한 사외이사들이 임금을 결정하고, 보수평가 기준도 외부에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보수평가 기준을 투명하고 명확히 공개해야 과도한 보수 인상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지주사 CEO 보수체계가 명확히 파악될 수 있도록 공시를 구체화하는 것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