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정부의 대북·대외 구상을 천명한 이후 북측의 대남 비난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북한 주민 인권 개선과 통일기반 구축 등을 박 대통령이 직접 밝히자 다시 한번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뜩이나 경색 국면인 남북관계가 한동안 더 얼어붙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북한, 박 대통령 실명 거론하며 맹비난=북한은 28일까지 사흘째 박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맹비난했다. 비난 주체도 다양하다.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의 정책국 대변인 담화부터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 기고까지 총동원됐다. 북한이 공식 기구를 통해 박 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것은 지난 7월 20일 국방위 대변인 담화 이후 2개월여 만이다. 노동신문은 “박근혜 패당은 정면 대결을 선포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신문은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해 “조선반도와 평화를 위협하는 장본인” “인권유린의 왕초”라며 막말까지 했다.
◇10월 이후 남북관계 개선 여부 주목=북측의 이런 민감한 대응은 올해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구상,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등 우리 정부 통일 구상에 대한 반박의 연장선상이다. 일각에선 드레스덴 구상 발표 이후 남북관계가 오히려 악화됐던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남북 간 한랭기류가 연말까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북한이 비록 박 대통령 연설 등 우리 정부의 대외 구상에 일일이 대응하고 있지만 북한 최고 지도부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는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대화 국면을 조심스레 모색할 것이라는 의미다.
박 대통령 역시 남북대화 의지는 뚜렷하다. 박 대통령은 뉴욕의 미국 주요 연구기관 대표 간담회에서 “북한에 대해 대화에 나와서 모든 문제를, 드레스덴 구상 등을 통해 협의하자고 이야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드레스덴 구상 등은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한 기본적이면서도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가자는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일본 성의 있는 조치가 연내 한·일 정상회담 조건=한·일 관계 정상화의 핵심 조건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다. 박 대통령은 총회 연설을 통해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반인권적, 반인도적 행위’라고 직접 적시했다. 또 한·일 관계의 안정적 발전, 나아가 정상회담의 선결조건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결단이라는 점을 수차례 언급한 상태다.
다만 최근에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완벽하게 매듭지은 뒤 한·일 관계 정상화를 도모한다는 우리 정부의 기존 원칙에도 약간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위안부 문제가 일정 수준의 성과가 나타난다면 연내 정상회담 역시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26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연내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일본이 충분히 준비가 된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성의 있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가 노력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현재 양측이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이 한·일 수교 50주년인 만큼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서라도 상호 간 문제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北, 사흘째 막말하며 비난 수위 높여… 더 꼬이는 남북
입력 2014-09-29 0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