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소프라노 서예리, 천년을 아우르는 음색에 빠져보세요

입력 2014-09-30 03:56

서예리(38·사진) 앞에는 ‘천년을 아우르는 소프라노’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독일 언론이 붙여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양음악사의 양끝인 고음악과 현대음악을 동시에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음악과 현대음악은 아예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방향이 달라 두 가지를 한꺼번에 잘 하는 이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독일을 중심으로 해외 무대에서 활동해온 소프라노 서예리가 10월 3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첫 단독 리사이틀을 갖는다.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바로크와 현대음악에 대해 “둘 다 매력 있다. 고음악을 할 때는 맑고 깨끗한 음색을 내려고 노력한다. 아무래도 종교곡이 많아 성스러운 느낌이 나야한다. 반면 현대곡은 다양한 음색이 필요하다. 무대에서 일부러 기침을 하기도 하고 때론 기괴한 음색도 필요하다. 연기를 하듯 다채로운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재미있다”고 말했다.

2012년 서울시향의 ‘아르스 노바’에서는 경찰모에 채찍까지 들고 통쾌한 현대음악을 선보였다. 헝가리 작곡가 리게티의 ‘마카브르의 신비’였다. 이번 공연에도 마지막 레퍼토리로 이 곡을 준비했다. 그는 “처음엔 그냥 경찰 모자만 쓸까하다가 내친김에 가죽치마에 채찍 퍼포먼스를 선보였죠. 어릴 적부터 군중 앞에서 연기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웃었다.

프로그램은 고음악과 현대음악을 일부러 나누지 않고 한곡씩 교차시킬 예정이다. “고음악과 현대음악 둘 다 안 어렵다는 걸 얘기하고 싶다. 관객들이 즐겁게 빠져들 수 있을만한 곡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서울대 음대 졸업 후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 재학 중 베를린 방송 합창단원으로 영국 지휘자 사이먼 래틀 등 거장과 다양한 작업에 참여한 서예리. 2003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고음악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오르페오’의 ‘닌파’역으로 발탁돼 솔로로 데뷔했다. 동시에 복잡하고 까다로운 현대곡을 명쾌하고 흥미진진하게 소화해 세계 유명 작곡가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아왔다.

이미 2017/2018 시즌까지 일정이 잡혀 있는 그는 “씻고 밥 먹으면서도 음악을 만드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을 와서 다른 사람들보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많은 도시와 선생님들을 찾아다녔고, 데뷔해서 10년을 학업과 연주를 병행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며 “지금도 연주에 긍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모든 체험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예리는 올해 말 ‘고음악의 거장’ 벨기에 출신 지기스발트 쿠이켄과 바흐의 칸타타 투어가 예정돼 있다. 내년에는 현대음악의 거장 프랑스 피에르 불레즈의 90세를 기념해 무대에 선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