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양궁 대표팀의 오진혁(33·현대제철)이 극적인 역전승으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오진혁은 28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 용지웨이(중국)를 6대 4로 물리쳤다.
처음부터 위기였다. 오진혁은 1세트와 2세트를 내리 상대에게 내주며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다. 두 세트 연이어 27점을 쐈고, 각각 29점과 30점을 낸 용지웨이에 0-4로 끌려갔다. 그러나 3세트에는 3개의 화살을 모두 10점에 명중시켰다.
3세트를 승리한 오진혁은 2-4로 분위기 반전의 단추를 꿰었다. 이어 4세트와 5세트를 모두 이긴 오진혁은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4세트를 28대 27로 이겨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마지막 5세트에서 19-18로 앞선 오진혁은 마지막 화살이 8점에 박혀 패색이 짙어지는 듯했다. 용지웨이가 10점을 쏘면 그대로 승리하고 9점을 쏘면 연장전 슛오프에 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용지웨이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8점 끄트머리에 화살을 꽂았다. 오진혁은 떨어뜨린 고개를 들고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지옥에서 천당으로 가는 순간이었다.
오진혁은 한편의 대역전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트제가 도입돼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빛 과녁을 쏜 것이다. 남자 선수 중 유일하게 개인전 결승까지 올라갔던 오진혁은 노골드 위험에 처해 있던 한국 남자양궁의 명예를 회복했다.
경기가 끝난 후 오진혁은 “이렇게 끌려가면서 하는 경기는 없었던 것 같다”며 “오늘 느낌이 나쁘지 않았는데 10점이 맞지 않았다”고 초반 부진을 설명했다. 또 5세트 마지막에 “8점을 쐈을 때 놀랐다”면서 “이렇게 경기가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인천=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 ‘챔프’ 오진혁, 숨막히는 대역전쇼
입력 2014-09-29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