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독일 니더작센주(州) 볼프스부르크시(市) 아우토슈타트의 자동차 출고센터 2층. 한스 바그너씨가 손바닥을 비비며 소파에 앉아 있었다. 출고 차량의 정보가 시시각각 뜨는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기자의 접근에 바그너씨는 “지금 5분밖에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내 인생의 세 번째 새 차 ‘폴로’가 곧 나온다”고 했다. 그는 남쪽으로 약 370㎞ 떨어진 소도시 바이로이트에서 4시간이 걸려 아우토슈타트에 왔다. 아내와 딸도 ‘새 식구’를 맞는 길에 동행했다.
아우토슈타트는 폭스바겐그룹의 자동차 테마파크다. 본사와 공장이 있는 볼프스부르크에 2000년 조성됐다. 전체 면적이 축구장(약 7000㎡) 40개 크기인 28만㎡에 이른다. 자동차 출고센터를 비롯해 자동차 박물관, 각 브랜드 전시관 등 건물·체험장이 22개나 된다. 하루 6000명, 연간 200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다음 달에 누적 방문객 3000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영동대로(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약 7만9000㎡)에 짓겠다는 자동차 테마파크도 이곳을 본보기로 하고 있다.
바그너씨 가족은 이날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아우토슈타트에 도착해 본부 건물인 ‘그룹포럼’과 자동차 공장을 둘러봤다. 이곳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쌍둥이 유리건물 ‘카 타워’의 20층 꼭대기에도 올라갔다. 고객에게 전달할 차를 빼내는 작업을 생생히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우토슈타트는 차를 인수하러 오지 않은 사람에게도 ‘놀이터’다. 그룹포럼 1층에는 어린이를 위한 운전 및 요리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2층의 ‘카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방문객 여럿이 터치스크린 위에 자신만의 차를 그려보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자동차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아우토 베르크(Auto Werk)’에 신기한 듯 시선을 고정했다. 골프 GTI, 포르쉐 파나메라S,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등 폭스바겐의 차량 7종을 식빵 자르듯 레이저로 자른 전시물이다.
잔디와 호수가 어우러져 마치 공원 같은 부지에는 폭스바겐의 12개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8개의 전시관이 흩어져 있다. 별도 자동차 박물관에는 시대별, 엔진 크기별로 차량이 전시돼 있었다. 폭스바겐의 친환경차인 e-업, e-골프를 무료로 10분간 운전해볼 수도 있다. 안내 직원인 도미니크 몬은 “이곳을 찾는 사람 중 3분의 2는 전시관 방문과 체험을 위해 온다”고 말했다. 방문객의 9%가 외국인이다. 한나절로도 아우토슈타트를 다 보기에는 부족했다.
흥미로운 점은 아우토슈타트 어디에서도 차를 사라는 메시지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흔한 폭스바겐 로고를 어떤 건물의 외벽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브랜드를 직접 홍보하기보다 보고 만지고 느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다는 전략이다. 아우토슈타트의 글로벌 홍보책임자인 리노 산타크루즈 박사는 “매년 1만∼2만명이 아우토슈타트를 다녀간 뒤 폭스바겐 차를 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아우토슈타트는 폭스바겐의 끊임없는 투자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초창기 시공에 4억3500만 유로(약 5800억원)를 썼고 지금까지 운영비용으로 그 이상을 써 총 투자비가 9억 유로에 이른다. 성인 1인당 15유로인 입장료 수익으로는 운영비의 80% 정도만 충당할 수 있다.
볼프스부르크=글·사진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르포] 獨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 가보니… 다양한 차 보고 만지고 타고 구매자보다 체험자 많아
입력 2014-09-29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