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업체들의 세계시장 공략 속도가 심상치 않다. 탄탄한 자국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파죽지세다. 중국 업체들은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단말기와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 게임업계로도 손을 뻗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우리 시장 진입은 지분 투자에서 출발했다. 2012년 카카오에 720억원, 올해 초 넷마블에 5300억원을 투자한 중국 IT 대기업 텐센트는 다음 달 출범하는 다음카카오의 2대 주주가 된다. IT 업계는 미국 증시 상장으로 250억 달러(약 26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한 알리바바가 우리 IT 업체에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통째로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휴대전화 시장 역시 중국 IT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신제품 ‘아너6’를 공개한 중국 화웨이는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스마트폰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4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다. 다음 달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돼 자급제폰으로 개통하는 소비자도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중국의 중저가 스마트폰이 빠른 속도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바라보는 우리 산업계 시각은 분야별로 조금 다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고 말한다. 중국산 스마트폰이 싸지만 사후서비스(AS)나 사용성 등에서 까다로운 우리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우리 시장에서는 중국산 저가형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고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한다”며 “스마트폰 시장이 한창 성장할 때도 외국 업체들이 우리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중국 제품이 안착하기가 쉽겠느냐”고 되물었다.
우리 통신시장이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연결된 구조라는 점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외국 업체가 들어왔다가 철수할 경우 AS가 골칫거리가 된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외면할 경우 재고를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외국 업체의 휴대전화를 판매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온라인·모바일 서비스업체가 느끼는 위기감은 엄청나다.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은 ‘안전한 시장은 없다’고 외친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정보만 등록하면 온라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간편 결제시장은 중국 알리페이, 미국 페이팔 등이 주도하고 있다. 카카오는 뒤늦게 이달부터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송금 및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당히 뒤처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서비스는 국경 없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시장”이라며 “한국 사용자가 언제든지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갈아탈 수 있고, 외국 사용자도 카카오톡이나 라인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자본을 가진 중국 업체들이 밀고 들어온다면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며 “여기에다 특정 서비스가 뜨고 지는 주기 자체가 짧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국 업체의 우리 시장 진입이 거침없는 데 비해 우리 업체는 중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는 자국 제품을 사용하려는 성향이 짙다. 수요가 많은 중저가폰 시장에 중국 현지 업체들이 포진해 있어 물량 싸움도 쉽지 않다. 해외 브랜드인데다 비싸기까지 한 제품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모바일 메신저 등 IT 서비스의 경우 문화 코드를 분석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한 모바일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서비스 기능은 비슷하지만 보이지 않는 문화 코드가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관찰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중국의 역습 (상)] 실탄 갖춘 알리바바, 국내기업 통째 사냥 나설 수도
입력 2014-09-29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