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한국 여자양궁, 적수가 없다… 中꺾고 5연패 위업

입력 2014-09-29 03:04
한국 여자양궁 리커브 대표팀의 정다소미 이특영 장혜진(왼쪽부터)이 28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꺾은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 여자양궁 리커브 대표팀은 1998 방콕아시안게임부터 2014 인천아시안게임까지 단체전 5연패에 성공했다. 인천=서영희 기자
어깨 통증 때문에 결승전 출전을 양보한 여자 대표팀의 맏언니 주현정이 후배들의 승리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천=서영희 기자
한국 여자양궁은 과연 무적이었다. 중국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5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그리고 정다소미(24·현대백화점)는 개인전에서 장혜진(27·LH)을 물리치고 2관왕에 올랐다.

정다소미 장혜진 이특영(25·광주광역시청)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28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여자 리커브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세트점수 6대 0(54-50 56-55 58-52)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한국 여자양궁은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어 5번째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1위로 세계 최강을 꿈꾸던 중국은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청밍, 수징, 주주에만으로 구성된 중국 대표팀은 긴장한 듯 1세트에 7점 두 발을 쏘는 실수를 범했고, 한국은 54-50으로 승점 2를 먼저 따냈다.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2세트에서 3명 모두 한 발씩 10점을 명중시키며 중국을 56-55로 따돌리고 세트점수 4-0으로 앞서 나갔다. 벼랑 끝에 몰린 중국은 베테랑 청밍과 수징이 3세트에서 각각 8점을 쏘며 무너졌다. 한국은 28-52에서 마지막 세 발을 10점, 10점, 10점에 꽂아 넣으며 승리를 확정했다.

한국 여자양궁의 5연패의 뒤에는 맏언니 주현정(32·현대모비스)의 아름다운 양보가 있었다. 주현정은 단체전에 나설 대표 3명 가운데 포함됐으나 출전을 포기했다. 시위를 당기는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있어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 주현정은 예선라운드 50m에서 통증 때문에 과녁을 아예 맞히지 못하는 실책을 저지르기도 했다. 올해 치료와 재활을 거듭한 주현정은 “수천 발의 화살을 쏘아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로서 출전 욕심이 없을 수 없었지만 동료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주현정은 관중석에서 결승전을 지켜보며 열띤 응원을 했다. 한국의 우승이 확정되자 한참 눈물을 쏟은 주현정은 “이불 속에서 금메달을 꺼내 선수들에게 선물로 안기는 꿈을 꿨다”며 “꿈 얘기는 하지 못하고 선수들에게 그냥 ‘선물을 준비해 뒀으니 믿고 쏘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주현정이 양보한 출전권은 4위를 차지한 이특영에게 돌아갔다. 이특영은 무려 7년 만에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어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고교 1학년이던 2005년 태극마크를 달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여자부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을 따내며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당시 만 15세였던 이특영은 국내 양궁사상 최연소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출전에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이특영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개인전 은메달을 따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실업팀에 들어간 뒤 주춤하며 한동안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절치부심하던 이특영은 마침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해 4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한편 여자 개인전에서는 정다소미가 대표팀 동료 장혜진을 세트점수 7대 1(30-28 29-29 29-28 30-28)로 이겼다. 윤옥희(예천군청) 기보배(광주광역시청)가 떠난 가운데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 자리를 놓고 펼친 한판승부였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