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습 (상)] 中 BAT 삼총사, 美 실리콘밸리 IT패권까지 위협

입력 2014-09-29 03:01

정보기술(IT) 업계는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다. 누가 플랫폼을 지배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지금까지는 실리콘밸리의 힘을 앞세운 미국의 압도적 승리다. 온라인 쇼핑은 아마존과 이베이가 장악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분야는 구글과 애플이 양분하고 있다. 컴퓨터 운영체제도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MS) 세상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플랫폼 안에서 성공을 거두는 업체는 있어도,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낸 경우는 드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IT 업체인 삼성전자도 구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실리콘밸리의 막강한 지배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중국 IT 업체들이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만들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G2(2개의 초강대국)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IT 굴기’=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이유는 사업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기업 간 거래(알리바바), 개인 간 거래(타오바오), 기업과 개인 간 거래(T몰) 등 모든 형태의 유통채널을 갖고 있다. ‘해외직구족’을 겨냥한 알리익스프레스에다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간편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까지 갖췄다. 알리바바의 플랫폼이 전 세계로 뻗어나갈 가능성은 주당 90달러에 육박하는 주가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는 검색, 클라우드 서비스 등 인터넷 사용의 근간이 되는 분야에서 구글을 따라잡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발판으로 모바일 게임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중국의 애플’을 자처하는 샤오미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만든 독자 OS인 ‘미UI(MIUI)’를 쓰고 있다. 직접 앱스토어까지 갖추고 자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겠다는 대담한 도전은 기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중국은 컴퓨터뿐만 아니라 모바일 분야에서도 직접 OS를 개발해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에 종속되지 않는 것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미국이 누려왔던 ‘표준’의 지위까지 빼앗겠다는 야심이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산하기관인 중국공정원은 다음 달쯤 PC용 자체 OS를 선보일 계획이다. OS는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개발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다. 잘 만들더라도 사용자가 적으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기 일쑤다.

중국의 자신감은 거대한 내수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13억명이라는 인구는 막강한 자산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를 기점으로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2030년에는 미국보다 36%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PPP 기준 GDP가 높을수록 구매력이 높아진다.

중국 기업은 새로운 시도를 해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든든한 후방진지를 두고 있다. 중국 IT 기업들은 내수시장에서 미국 기업과 전초전을 치르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알리바바는 이베이, 바이두는 구글과 싸워서 내수시장을 지켜낸 경험이 있다.

최근 만난 국내 대기업 중국주재원은 “중국 업체를 보면 여기가 사회주의 국가인가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시장경제 논리로 움직인다”고 혀를 내둘렀다.

◇미래 겨냥한 ‘기업 사냥’ 활발=중국과 미국 IT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등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인수·합병(M&A) 관련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머리글자를 딴 약칭)도 예외는 아니다. 세 회사 모두 M&A에 적극적이다. 모바일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M&A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중국 최대 동영상 포털인 유쿠, 투도우를 인수했고 미디어콘텐츠, 교육, 음악 등 여러 분야의 회사를 사들였다. 텐센트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제이디닷컴(JD.COM) 지분 15%를 매입하는 등 검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바이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기업인 91 와이어리스 웹소프트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진홍윤 연구원은 ‘중국 주요 인터넷 기업의 M&A 동향’ 보고서에서 “BAT는 혁신에 필요한 전략적 자산을 단시간에 획득하고 해외 시장 교두보를 마련해 빠른 속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플랫폼, 콘텐츠 및 전자상거래 분야로 뻗어나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