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파 시인 박목월(1915∼1978)의 ‘육필 초고’가 시집으로 나온다.
박목월 시인의 아들 박동규(75) 서울대 명예교수는 부친의 탄생 100주년인 내년 3월 부친의 기일에 맞춰 육필 초고 노트에 담긴 시를 묶어 시집으로 펴낼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시인이 연필로 쓴 육필 초고 노트는 200권에 이른다. 여기에는 1945년부터 20∼30년간 쓴 시 80여 편이 담겨 있다. 박 명예교수는 아버지의 육필 초고 노트를 한 권도 버리지 않고 집에 보관해왔다.
박 명예교수는 “초안을 잡은 육필 초고 노트에 쓴 시 중 일부는 한두 줄 쓰다 관둔 것도 있고, 완성된 시도 있다”면서 “일부 시는 발표하지 않은 것도 있다”고 소개했다.
박목월은 ‘북에는 김소월, 남에는 박목월’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시인.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로 시작하는 ‘나그네’ 등 향토적이면서 섬세한 서정이 살아있는 시를 발표해 한국 서정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명예교수는 “육필 초고 노트에는 한 편의 시가 결실을 맺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시 창작의 비밀이 담겨 있다”면서 “아버지는 단어 한 획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부친의 출생연도도 바로잡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시인의 출생연도가 1916년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시인이 태어난 해는 1915년이다. 그는 “호적에도 1915년으로 돼 있다”면서 육필 초고 노트의 시를 묶어서 시집을 펴내는 것 외에 다양한 기념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 편의 시가 탄생하기까지… 박목월 詩 창작비밀 담은 초고 공개
입력 2014-09-29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