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교회 ‘이웃사랑 나눔바자회’ 현장… 소외계층 나눔마당 넘어 지역 마을잔치로

입력 2014-09-29 03:19
지난 27일 서울 상암동교회가 개최한 ‘제15회 이웃사랑나눔바자회’에서 나사렛대 총장인 신민규 담임목사(맨 오른쪽)가 성도들과 옷가지를 판매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맛있다고 하도 잘 팔려서 호떡집에 불났습니다, 싸고 맛있는 호떡 드세요!”

민병석(55) 장로가 지난 27일 정오 서울 마포구 매봉산로 상암동교회(신민규 목사) 앞마당에서 호떡을 만들며 큰소리로 외쳤다. 앞치마를 두르고 동년배 집사와 함께 호떡을 만들던 민 장로는 “어제 하루 인터넷으로 호떡 굽는 방법을 익힌 어설픈 솜씨지만 벌써 150여장을 팔았다”며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뜨거운 철판 위에 기름을 두르고 호떡을 굽느라 몸은 힘들지만 우리 교회 성도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했다.

상암동교회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개최한 ‘제15회 이웃사랑나눔바자회’는 교회 앞 도로까지 사람들로 북적대 재래시장을 옮겨 놓은 것 같았다. 교인들은 교회 앞마당에서 기증받은 중고물품과 전, 식혜, 김치, 조림간장, 떡볶이, 과일꼬치 등 직접 만든 음식들을 판매했다. ‘7080 홈커밍데이’란 주제로 바자회장 한편에 ‘매봉상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좌판도 열었다. 이곳에선 ‘달고나’ ‘쫀득이’ ‘아폴로’ 등 추억의 군것질거리를 판매해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재미교포 찰스 김씨는 “어릴 때 먹던 어묵과 호떡 등 추억의 간식을 다시 맛보게 돼 참 반갑다”며 “삭막한 도심 속에서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교회는 2000년부터 매년 가을마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바자회를 열어왔다. 싸고 품질 좋은 물건이 많은데다 수익금을 모두 좋은 곳에 쓴다는 소문이 나면서 2007년부터는 매회 평균 2000만원대의 수익을 냈다. 수익금은 전액 상암동 주민센터와 마포구청,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 등에 기탁하고 있다.

참여 인원이 늘면서 바자회는 이제 교회만의 행사를 넘어 지역의 마을잔치로 커졌다. 교회는 2008년부터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와 손잡고 바자회를 ‘상암동 마을축제’로 확대했다.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는 풍선아트·페이스페인팅, 취업진로상담실 등 체험부스를 바자회장에 설치해 운영한다.

지원센터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마을축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센터에 찾아와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느냐’며 미리 문의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교회는 앞으로도 매년 바자회를 열어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바자회를 총괄한 이 교회 김순진 장로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은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사명”이라며 “내년에도 전 교인이 힘을 모아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