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정치연합 정국 풀 당론부터 세워라

입력 2014-09-29 03:50
대화는 끊겼고 주의, 주장만 난무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새누리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주문하며 본회의를 30일로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끝내 대화의 장은 서지 않았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렸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들대로 딴 소리 내기에 바빴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와 국민대책위원회는 27일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를 열어 “유가족과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치권과 대통령에게만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대화의 실종은 여야 간, 정치권과 유족들 간 신뢰의 토대가 무너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새누리당은 2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여야 대표회담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의장에게 국회 복귀 약속을 전제로 본회의를 연기시켜 놓고 등원 확약 없이 대화를 갖자는 건 속임수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주장이 무리는 아니다. 이미 여당과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안을 두 차례나 파기한데 이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국회의장에게 한 약속마저 지키지 않으려고 하니 여당으로부터 그런 모욕을 받아도 하나도 억울할 게 없다.

문 위원장이 28일 기자회견에서 “이달 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10월 1일부터 정국이 정상화되길 간곡히 바란다”고 밝힌 대로 진정 국회 정상화 의지가 있다면 이에 관한 당론을 결정하는 게 먼저다. 새누리당 말마따나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무엇이 당론인지 자신 있게 대답하는 지도부가 새정치연합에는 한 명도 없다. 이 사람, 저 사람 얘기가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설사 새누리당과 세 번째 합의에 이른들 그대로 추인된다는 보장도 없다. 당론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여당에 양보안을 내놓으라고 몰아세우는 행태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입법권은 여야로 구성된 국회에 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의 경우 여야 외에 유가족도 협상의 주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대화 주체들이 최대공약수를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저마다 자기 주장을 100% 관철시키려고만 하면 협상은 성립되지 않는다. 대통령 권력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무리한 요구를 고집하는 한 특별법 제정은 요원하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동안 고수하던 ‘진상조사위 수사·기소권 부여’ 입장에서 ‘이에 준하는 안’으로 한 발짝 물러선 건 긍정적이라 할만하다.

새누리당은 유가족의 입장 변화를 “양보로 볼 수 없다”고 평가절하할 게 아니라 보다 유연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 협상의 여지를 남겨놔야 야당 온건파의 운신 폭이 넓어져 국회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국회 등원과 특별법을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새정치연합의 살길이기도 하다. 분명한 건 30일 본회의는 지난 26일 본회의의 재판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