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최고경영자(CEO) 연봉이 미국·일본 상위권 은행의 최고 3배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금융권 CEO 연봉이 많다는 것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고액 연봉을 무조건 나쁘게 보거나 질시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국내 금융그룹 CEO들이 합당한 연봉을 받아갈 만큼 수익을 내고 회사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그룹을 비롯한 일본 1∼3위 금융그룹 CEO들은 지난해 기본급, 성과급, 스톡옵션을 모두 합쳐 총 보수로 12억∼13억원(지난해 말 원·엔 환율 기준)을 받았다. 하나·신한 등 국내 금융그룹 CEO들의 지난해 연봉은 28억∼31억원에 달한다. 세계 4위인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순이익이 국내 은행의 10배가 넘지만 CEO 연봉은 24억원으로 국내 금융그룹보다 적게 지출했다.
국내 금융그룹의 자산과 순익은 일본 금융그룹의 10분의 1 수준이다. 기본자본 기준으로 일본의 1∼3위 금융그룹들은 세계 10위, 17위, 21위에 각각 올라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글로벌 50대 은행에 포함된 곳이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자산과 자본금 규모가 열악하다. 세계 금융그룹들은 선진 금융기법과 상품으로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은 서민 상대로 이자놀이하는 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금융지주사 CEO들은 수익이 줄어들든 말든,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든 말든 제 뱃속만 채웠다. 2000년대 초 금융지주회사 출범 당시 4억원가량이던 CEO 연봉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 능력을 상실한 사외이사나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이 크다. 경영진의 측근으로 구성된 사외이사들에게 거수기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연봉 지급이 이뤄지도록 보수 평가 기준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 주주와 외부 감독기관의 시장감시도 필요하다. 은행 경영이 잘못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사설] 바닥 경영에도 고액 연봉 챙기는 금융 CEO들
입력 2014-09-29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