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닻 올린 與 혁신위, 보물선 될까? 난파선 될까?

입력 2014-09-29 03:58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25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당 보수혁신위원회 추가 인선 결과를 발표한 뒤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왼쪽), 이완구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민일보DB

6개월간의 대장정을 앞둔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시작부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혁신위는 29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가동된다. 혁신위가 다룰 의제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다. 공천 개혁, 불체포특권 등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총선·지방선거 선거구제 개편 등이 회의 테이블에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후보 경선 룰 개정, 개헌 등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이슈들이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혁신위와 관련해 대권 잠룡들 이름이 연이어 튀어나오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양산된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해묵은 계파 갈등이 다시 불붙을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혁신위를 향해 ‘대권 주자들의 놀이터’ ‘비주류 혁신위’라는 지적이 쏟아진 것은 이런 기류 때문이다. 김문수 혁신위원장의 등장으로 여권 내 권력 지형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혁신위의 의제들은 당과 소속 의원들의 전권을 받아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사안들”이라며 “보수 혁신을 위해 만들어진 혁신위가 정치적 논란을 자초해 개혁 추동력이 약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권 잠룡들 ‘신경전’ 무대 된 혁신위=혁신위 공식 출범 전부터 대권 잠룡이 다른 대권 잠룡을 당내로 부르는 현상이 반복됐다. 한번은 성공했고, 한번은 벽에 부딪혔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혁신위원장으로 기용하면서 촉발된 것이다.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 위원장도 대권 후보인 홍준표 경남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혁신위원으로 뽑으려 했다.

김 위원장의 의도는 곧바로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다른 대권 예비후보들인 김태호 이인제 최고위원이 반발을 주도했다. 원내에 있는 대권 후보들이 국회 밖의 대권 잠룡들을 견제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친박(친박근혜)들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친박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이 홍·원 지사의 혁신위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친박 주류가 비주류인 김 위원장, 홍·원 지사의 부상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완구·김문수 관계도 변수=김 위원장을 기용할 때 김 대표 진영이 우려한 부분이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의 관계가 원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를 의식해 김 위원장 영입을 꺼리는 참모들을 향해 “두 사람이 잘 풀어갈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 김 위원장 모두 15대 국회(1996년) 때 의원 배지를 단 ‘동기’다. 충청권 기반이 탄탄한 이 원내대표도 언제든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는 잠재적 후보다.

전정부에서 이 원내대표는 충남도지사를, 김 위원장은 경기도지사를 각각 지냈다. 이들은 세종시 문제는 물론 수도권 규제완화, 지역 균형발전 등을 놓고 사사건건 정면충돌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세종시 건설에 대해 “난센스 중에 난센스”라고 독하게 비판했고, 이 원내대표는 “몇 명의 ‘피라미’가 물 전체를 흐려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하게 공격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일단 겉으로는 서로를 배려하는 모양새다. 이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 대해 “혁신위 활동을 최대한 도와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할 일 태산인데…” 정치적 이해관계 달라=혁신위 활동 기간도 6개월로 빠듯하다. 그래서 분과를 나눠 특정 의제를 집중 논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같은 계파 의원들이라도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대선 후보 경선 룰 등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이다. 사안마다 하나의 집약된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혁신위가 어떤 결론을 내놓든 반대 목소리를 피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때부터 혁신 작업은 당내 반발을 야기했다. 한 혁신위원은 “그래서 혁신이 힘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갈 길은 먼데 혁신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 친박 의원은 “혁신위의 인적 구성을 보면 비주류 성격이 너무 강하다”면서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는 혁신위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위가 성공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다른 혁신위원은 “혁신위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해 할 수 있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