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와 녹지 만들기라면 극구 찬성하지만, ‘서울역 고가 공원화’만큼은 반대해야겠다. 아무리 따져봐도 이 사업은 ‘오버’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서울역 고가도로’의 보행녹지화를 간단히 설명하면 40년 된 노후 고가도로를 산업화의 유산으로 보전하고 녹지로 조성해 차량 대신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사업이다. 뉴욕시의 고가철도를 재생시켜 만든 ‘하이라인 파크’를 벤치마킹하여 2016년 말까지 준공하겠단다. 시장이 뉴욕시를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발표까지 했으니 상당히 진척된 것 같아 불안하긴 한데,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의 성격은 아무래도 박원순 시장답지 않다. 세 가지만 지적하자.
첫째, ‘경청’ 과정이 빠지고 속전속결로 간다는 게 영 석연찮다. 사업 발표 전 어떤 시민 공감 과정이 있었는지 들은 바 없다. 당장 국제 설계공모를 한다는 것도 이상하고 2년 내에 완공하겠다는 것도 영 찜찜하다. 그동안 많이 들어봤던 ‘시장표 실적 사업’으로 들린다.
둘째, 걷기 적합한 공간인가 진솔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이 녹지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쓰는 공원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허공 17m에 뜬 길이 1㎞의 좁은 공간을 걷겠다, 쉬겠다고 나서는 게 자연스러운가? 뉴욕 하이라인은 9m 높이에 건물들 사이 길과 연결된 공간인 반면 서울역 고가도로는 쨍쨍 햇볕과 쌩쌩 바람 속에 노출된 공간이다.
셋째, 안전 문제는 영 걱정이다. 노후되어 철거하겠다는 마당에 구조를 보강해 시민들이 많이 쓰게 한다는 기본 전제 자체가 불안전하지 않은가? 360억원을 들여 상판을 보강한다 한들 대체 얼마나 지속가능한 구조물인가. ‘산업화 유산 보전’ 논리도 억지스럽다. ‘문화유산’에 대한 정의를 고민해봐야 한다.
이 외에도 고민할 것은 무척 많다. 당장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상권 걱정도 걱정이려니와 고가도로 폐쇄에 따른 동서 간 교통 처리에 대한 이해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의 존재는 엄연한 현실이니 동서를 어떻게 잇느냐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도시 인프라 이슈’이니 말이다.
도시의 창의력과 상상력에 대해서 무한한 응원을 보내는 나이지만 ‘서울역 고가 공원화’의 성급함에는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시민참여 과정’이 빠져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부디 시민과 함께 도시를 진화케 하라!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서울역 고가 공원화’는 뜬금 없다
입력 2014-09-29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