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청이 행정 혁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독서에 힘쓴다고 한다. “책 속에 답이 있다”는 군수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 생각에 공감하면서 몇 권의 책을 추천해 본다. 업무 현장에서 마주치는 구체적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답을 얻을 수 있는 책들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하는 일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은 문학 작품과 인문학 서적들이다.
문학과 인문학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 이해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그 근본적 이해가 바탕에 있을 때 우리는 지금 하는 일의 본질적 측면을 볼 수 있고, 그러면 문제의 근원적 해법도 찾아낼 수 있다. “행정 혁신에도 창의적인 사고와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는 군수의 말은 그런 배경을 이해한 데서 나왔을 것이다.
문학은 삶의 기록실이자 실험실이다. 그 기록실에는 온갖 종류의 삶이 가득하고, 그 실험실에서는 온갖 종류의 일들이 벌어진다. 다양한 삶의 기록을 들추면서, 또 가공의 조건에 투입된 인물 군상의 선택과 행동을 지켜보면서 인생을 폭넓게 대리 체험하고, 그 체험 속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근원적 이해에 다가간다. 문학이 이야기를 통해 그 길을 열어 준다면 인문학은 논증을 통해서 열어 준다는 차이가 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전당포 주인을 살해한 대학생의 이야기 ‘죄와 벌’은 선과 악, 신과 인간,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한다. 날불한당 같은 사내의 이야기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서는 모든 인간이 꿈꾸는 자유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100년의 세계사를 한 인물의 생애 속에 녹여 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통해서는 세상을 움직여 온 인간의 광기와 어리석음을 볼 수 있다.
흥미진진한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은 인간의 이성과 신학의 대립을 보여준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인간의 광대한 무의식 세계를 만나는 흥미로운 입구로 삼아도 좋다. ‘불평등의 대가’는 현대 세계의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의 근본을 얼마나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지, ‘재평가’는 배움을 얻어야 할 20세기의 경험을 우리가 얼마나 쉽게 망각하고 있는지 환기시켜 준다.
열린책들 강무성 기획주간
국민일보-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주관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출판사 한마디] 열린책들
입력 2014-09-29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