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미경 (13) 교회 내 분쟁, 세상법 넘어 하나님이 직접 심판

입력 2014-09-29 03:59
18대 국회의원 시절 의원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정미경 의원.

지방에서 근무할 때였다. 나름 그 지역의 큰 교회는 목사파와 장로파로 나뉘어 교인 간의 분쟁이 심했다. 교회 예배 중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급기야 고소·고발로 이어졌고, 그 건수가 수십 건에 달했다. 그 사건이 각 검사실로 배당되는 바람에 검사들이 모이면 그 사건들이 화제가 되었다.

이런 저런 말이 오고가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를 놓고 의견이 부분했다. 이럴 때 나는 한숨이 절로 났다. “아, 어찌할꼬….” 양쪽 다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하나님에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러면 하나님은 어느 쪽 편을 들어줄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놀랍게도 링컨이 해주었다. 남북전쟁 당시 재선에 성공한 링컨의 연설문에서 해답을 찾았다.

“남이나 북이나 모두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하나님에게 기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상대측에 불리하도록 하나님의 도움을 구했습니다. 남이 땀을 흘려 만든 빵을 억지로 빼앗는 사람들이 어떻게 감히 하나님께 도움을 간청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우리가 심판받지 않기 위해서는 남을 심판하지 말아야 합니다. 양쪽 모두의 기도가 응답받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 어느 쪽의 기도도 충분한 응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은 나름의 목적을 갖고 계십니다. 우리는 모두 남이나 북이나 전쟁이라는 이 큰 벌이 빨리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50년간 노예들의 보답 없는 노동으로 쌓아온 모든 부가 소멸될 때까지 그리고 칼을 든 가해자가 채찍을 맞아 흘린 모든 핏방울을 보상할 때까지, 이 전쟁을 지속시키는 게 하나님의 의지라면, 3000년 전에 말해졌듯 주님의 심판은 전적으로 진실하고 마땅하다고 여겨야 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원한을 품지 말고 자비를 베풉시다. 또한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정의에 대한 굳은 확신으로 지금 우리에게 맡겨진 일을 끝내고, 이 나라의 상처를 꿰매며 전쟁에서 싸운 이들과 그 미망인, 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노력합시다.”

나도 조사를 시작했다. 참고인으로 소환된 여자 권사가 한쪽 편을 들기 위해 무조건 거짓말을 했다. 하도 거짓말을 하기에 그러면 하나님 앞에 맹세할 수 있느냐고 했고, 진술서도 작성할 수 있느냐고 했다. 속으로는 그녀가 ‘성경에는 하늘을 두고도 땅을 두고도 맹세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어찌 내게 이런 것을 쓰라고 하느냐’ 이렇게 말하길 기대하면서….

그러나 그 권사는 순순히 하나님께 맹세코 거짓말이 아니라는 취지의 내용으로 진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그 일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며칠 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울면서 검사실로 기어 들어온 것이다.

이야기인 즉 이렇다. 그녀는 진술서를 작성하고 검사실에서 나간 후 집으로 돌아갔다. 교회일로 아내가 수사기관에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다 못한 남편이 소리를 질렀고, 말다툼하다 집에서 쫓겨나와 갈 데가 없어 교회로 갔다고 한다. 그러다가 새벽예배에 참석하여 기도하던 중 상대측에서 그녀를 둘러싸고 손가락질하면서 욕을 했다고 한다. 순간 그 권사가 앞이 안 보인다고 울부짖자 그들이 처음에는 믿지 않다가 나중에는 놀라서 물러갔다고 한다.

권사는 주변사람들에게 사정하여 자신을 내게 데려다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 방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그녀도 그녀지만 나도 너무 놀라 울면서 잘못했다고 하는 그녀를 붙들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저도 잘못했어요. 거짓말하는 것 뻔히 알면서 맹세하라는 진술서를 쓰게 했어요, 제 잘못입니다.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이제 눈을 뜨게 해주세요. 고쳐주세요.” 그리고 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

우리 여직원은 내부에서 걸려오는 직원들의 전화를 받을 때는 “우리 검사님 지금 부흥회하세요. 빨리 끊어요”라고 말했다. 어쩌면 고소인이나 피고소인이나 양측 모두 이 사건의 해결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세상의 법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것인지 모른다. 나또한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그 결과는 전적으로 정의로운 하나님이 심판했음을 고백한다.

정리=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