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5)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하지만 혼신을 다한 그의 역영은 온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박태환은 26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500m 결선에서 15분12초15로 4위에 머물렀다. 14분49초75를 기록한 중국의 쑨양(23)이 우승을 차지했고 일본의 야마모토 고헤이(14분54초86)가 2위, 중국의 왕커청(15분6초73)이 3위에 올랐다. 박태환이 세 차례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동안 출전한 종목에서 메달을 수확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거리에 집중하느라 올해 1500m를 뛴 것이 이번 대회가 두 번째였다. 당연히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남자 혼계영 400m에서 3분39초18로 중국(3분31초37), 일본(3분31초70)에 이어 동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아시안게임에서 통산 20번째 메달을 기록한 박태환은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기록(금6·은4·동9)을 세우게 됐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 자유형 1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했으며 자유형 200·400m, 계영 400·800m, 혼계영 400m에서 5개의 동메달을 획득했다. 당초 3개 대회 연속 3관왕이라는 대기록을 노렸던 것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경기장, 전 국민적인 기대감 등이 높은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박태환은 여전히 한국 수영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그는 척박한 국내 수영 환경 속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에 등극한 유일한 존재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당시 자유형 200·400·1500m 3관왕에 오르면서 MVP를 차지했다. 이듬해인 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선 호주의 수영 영웅 그랜트 헤켓을 물리치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08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승승장구하던 박태환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출전했던 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든 종목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하며 일부 국민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수영 지도자인 호주 출신의 마이클 볼 코치와 손을 잡고 다시 한 번 부활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100·200·400m 3관왕에 오른 그는 2011 세계선수권대회 400m 정상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리고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부정 출발 해프닝 속에서도 200·400m에서 은메달 2개를 따냈다. 하지만 런던올림픽 이후 그는 후원사를 구하지 못한 채 '홀로서기'에 나서야 했고, 지금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어느덧 25세인 박태환은 수영 선수로는 전성기를 지났다. 하지만 박태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해외 전지훈련을 사비로 충당하면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박태환은 여전히 치열하게 자신과 싸움 중이다. 그리고 성장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박태환에게 또 하나의 출발선이 됐다. 박태환 신화는 아직 진행형이다.
인천=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메달보다 더 빛난 역영… “잘 싸웠다, 박태환”
입력 2014-09-27 04:04 수정 2014-09-27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