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도 힘들어하는 트라이애슬론에서 여중생 철인이 나타났다.
정혜림(15·용화중)은 26일 허민호(24·통영시청) 김지환(24·통영시청) 김규리(16·경일고)와 팀을 이뤄 인천 송도동 센트럴공원 트라이애슬론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트라이애슬론 혼성팀 경기에 나서 총 시간 1시간18분39초를 기록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애초 한국은 동메달을 목표로 뛰었지만 중학생 정혜림과 고교생 김규리가 맹활약을 펼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또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트라이애슬론의 첫 은메달을 사냥했다. 한국 트라이애슬론은 지난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대회 여자 개인에서 장윤정이 따냈던 동메달이 최초이자 최고의 성적이었다. 혼성 팀 릴레이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특히 여중생 정혜림은 한국이 은메달을 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혜림은 한국 대표팀의 첫 주자로 나서 수영 250m, 사이클 6.6㎞, 달리기 1.6㎞를 20분1초에 완주하며 2위로 출발했다. 뒤를 이은 선수들이 순위를 지켜내며 한국은 일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수영을 시작한 정혜림은 4학년부터는 장거리 육상 선수로 뛰었다. 두 부문에 모두 두각을 보인 정혜림은 지난해 2월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정혜림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입문 5개월 만인 지난해 7월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트라이애슬론연맹 관계자는 “여자 트라이애슬론의 전성기는 20대 초반”이라며 “그런데 정혜림은 이미 국내 20대 선수들의 기록을 넘어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중생이지만 악바리 근성으로 훈련도 열심히 임하고 있다. 대표팀 발탁 후 오전 6시에 일어나 성인 코스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정혜림은 아직 트라이애슬론 개인전(수영 1.5㎞·사이클 40㎞·달리기 10㎞)에는 나서지 못한다.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가 만 18세 이하의 선수의 개인전 출전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혜림이 성인이 되면 한국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모규엽 기자
여중생 철인이 해냈다
입력 2014-09-27 0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