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가뭄’ 볼링, 첫 금맥 스트라이크

입력 2014-09-27 03:41
한국 볼링대표팀의 이나영(왼쪽)과 손연희가 26일 경기도 안양의 호계체육관 볼링장에서 열린 여자 2인조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두 팔을 치켜들고 환호하고 있다. 대한볼링협회 제공

메달 가뭄에 시달리던 한국 볼링의 ‘금맥’이 드디어 뚫렸다. 26일 경기도 안양호계체육관에서 열린 볼링 여자 2인조 경기에서 손연희(30)-이나영(28) 조가 6경기 합계 2553점을 기록하며 말레이시아의 신리제인-샤린 줄키플리(2518점) 조를 제치고 한국팀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영승(18)-정다운(28) 조도 합계 2462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손연희는 26세에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줄곧 한국 여자 볼링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세계볼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3인조, 5인조, 마스터즈), 10월 동아시아경기대회에선 전 종목 금메달을 휩쓸며 국내 선수 최초로 국제대회 전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손연희는 24일 여자 개인전에서 10위에 머물며 잠시 주춤했으나 2인조에서 다시 한번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발휘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손연희와 짝을 이룬 이나영은 지난해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 경험은 두 번째인 늦깎이 국가대표다. 본인 스스로 “5년간 이를 악물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피나는 노력 끝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첫 국제대회였던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3인조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여자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하며 이번 대회 최고의 활약을 예고했다.

볼링은 지난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8개 등 모두 15개의 메달을 휩쓴 ‘효자 종목’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남녀 개인전에 이어 남자 2인조마저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좀처럼 메달 레이스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볼링 레인에 바르는 오일이 국제대회에서 통상 사용하는 인피니티 오일에서 ‘아이언’이란 낯선 오일로 바뀌면서 선수들의 적응도 애를 먹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여자 2인조 금메달을 계기로 분위기를 추스르고 다시 금 사냥에 나선다는 각오다. 남자 대표팀도 분위기를 추스르고 27∼28일 열리는 3인조, 29∼30일 이어지는 5인조에서 첫 메달과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재호 남자 대표팀 감독은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으니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겠다”면서 “광저우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인천=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