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퇴행성 관절염 노인 돕습니다

입력 2014-09-29 03:37

김모(68·여·경기도 수원시)씨는 최근 10여년 동안 무릎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김씨는 하루 10시간 넘게 음식점에서 서빙을 했다. 무거운 음식 쟁반을 나르며 무릎 통증은 날로 심해졌다.

하지만 경제 사정으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약국에서 파는 일반 진통제와 파스로 치료를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무릎이 붓고 아파서 잠도 못자고 생계가 달린 일마저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김씨는 우울증까지 앓게 됐다.

대한노인회(회장 이심)는 이런 김씨에게 구세주와 같이 고마운 존재다. 김씨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대한노인회가 지난 달 중순 치료비를 전액 후원한 것이다. 대한노인회는 올 봄부터 중증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불우노인들의 인공관절 수술을 통한 재활을 돕고 있다. 이 단체의 도움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재활훈련 중인 김씨는 무릎통증이 많이 사라져 편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김씨는 “수술 후 무릎을 굽히거나 걷는 일도 수월해졌고, 무엇보다 통증이 줄어 지내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무릎은 우리 몸의 체중을 온전히 떠받들고 쓰임도 많다. 그래서 노화에 의한 퇴행성 변화가 다른 어떤 부위보다도 빨리 온다. 정형외과 의사들이 흔히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국민병’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 추세와 함께 관절염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2009년 약 235만명에서 2013년 말 현재 267만명으로 불과 5년 새 13.5%나 늘 정도다. 2013년 국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 중 70세 이상 고령자는 36.5%다. 60대가 28.8%, 50대가 24%의 순서다. 50대 이상 장·노년층 환자가 우리나라 전체 관절염 환자 중 89.3%에 이른다.

퇴행성관절염은 무릎을 보호하는 연골이 노화로 인해 손상되면서 관절 속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관절 연골은 자체 회복능력이 없다. 따라서 일단 손상되면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또 쓰면 쓸수록 닳아서 통증이 심해진다.

인공관절 수술은 퇴행성관절염 치료의 최후 수단이다. 초·중기 때만 해도 약물치료와 관절경 수술 등으로 자기 관절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관절에 염증이 생기고 연골이 다 닳아 뼈와 뼈가 부딪치는 말기에는 인공관절 수술 외엔 대안이 없다. 인공관절 수술은 염증을 일으키는 관절 대신에 인공관절을 넣어 통증을 줄이고 무릎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이다. 수술로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기 때문에 극심했던 통증이 사라지게 된다.

문제는 수술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 급여혜택을 받더라도 한쪽 무릎 수술비 부담이 250만∼300만원에 이른다. 인공관절 수술을 양 무릎 다 받는 경우에는 부담이 배 이상 늘어난다.

서민들은 비교적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초·중기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생계 문제로 치료를 미루다 말기 단계에 이르고, 결국엔 높은 수술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돈 때문에 병이 더 깊어지고, 치료비 부담도 커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대한노인회는 “자체 조사 결과 인공관절 수술을 필요로 하는 말기 퇴행성관절염 환자들 가운데 약 80%가 수술비 때문에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 불우 노인 환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인공관절 수술비 지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술을 희망하는 환자는 인공관절수술 후원 전화(1661-6595) 또는 우편(서울 서초구 방배로43 대한노인회 보건의료사업단)으로 신청하면 된다, 이메일(ok6595@naver.com)로도 접수하고, 가족이나 담당 사회복지사의 대리 신청도 받는다. 최종 후원여부는 신청순서에 따라 가정 사정 등 엄정한 심사를 거쳐 개별적으로 안내한다. 대한노인회는 불우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을 위한 이 사업을 내년 4월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