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퇴한 50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이 창업에 대거 뛰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창업은 주로 진입장벽이 낮은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점업에 집중됐다. 그러나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점포 주인만 계속 바뀌는 '폭탄 돌리기' 식의 영세 창업 성공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자금마저 날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전국 사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사업체 수는 전년보다 2.1%(7만6000개) 늘어난 367만9000개를 기록했다. 이 중 50대가 대표인 사업체는 전년 대비 11.4% 늘었다. 전 연령대 통틀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30대 대표 사업체는 18.1%, 20대 대표 사업체는 9.9% 각각 줄었다. 50대가 대표인 사업체 수는 전체의 38.0%로 모든 연령대 중 비중이 가장 컸다. 여성 대표자 비중은 37.8%로 통계청이 성별을 구분해 조사하기 시작한 199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별로 봤을 땐 도·소매업이 가장 크게 늘었다. 전체 증가분에 기여한 비율로 따지면 24.2%였다. 다음으로 제조업(16.9%), 숙박·음식점업(16.3%)이 뒤를 이었다. 제조업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기술 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창업은 소규모 사업에 집중됐다. 종사자가 5명에서 99명 사이인 사업체가 전년보다 5.4%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1∼4인 사업체도 1.4% 늘었다. 오삼규 통계청 경제총조사과장은 "50대 대표 사업체가 크게 늘어난 데에는 베이비부머 창업 열풍과 고령화가 영향을 끼쳤다"며 "베이비붐 세대가 창업할 때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을 많이 선택해 소규모 사업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2021년까지 연평균 20만명으로 예상되는 베이비부머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퇴직 장년층은 음식점·소매업 등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에 과잉 진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의 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소상공인 평균 월 매출은 2010년 990만원에서 지난해 877만원으로 줄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종 등이 포함됐기 때문에 1인 사업자 위주의 영세 자영업자는 평균 매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번 실패해도 손을 털고 나오기 어렵다. 임금보증금 회수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사업을 계속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퇴직한 50대들이 대부분 구멍가게 수준의 창업을 하지만 3명 중 2명은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영세 자영업의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창업보다 재취업으로 관심을 돌리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
은퇴 50代 너도나도 창업 행렬
입력 2014-09-27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