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박영선 충돌… 노골적 감정싸움

입력 2014-09-27 03:36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주도해온 여야 원내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적나라한 언쟁을 벌였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깜짝 회동'을 했다. 박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 개회를 앞두고 기자간담회 중이던 이 원내대표 사무실을 찾아오면서 급작스럽게 이뤄진 만남이었다. 오전 예정됐던 여야 원내대표 간 만남이 오후로 미뤄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당 회의에서 "막바지 고비에 와서 살살 피하는 비겁한 일이 용납된다고 생각하느냐"고 자신을 공격한 데 대해 감정이 매우 격앙돼 있던 상태였다. 간담회를 마치고 방을 떠나려던 이 원내대표는 문 밖에 박 원내대표가 와 있다는 보고를 듣고는 "그렇게 해놓고 뭘 찾아오나. 정치를 꼼수로 하면 되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후 두 사람은 테이블을 앞에 마주 앉았지만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이 원내대표는 "내가 언제 도망을 다녔나. 죄 지은 사람인가? 그건 예의가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가 야단맞으러 온 건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이 원내대표가 다시 "새정치연합 의원총회는 도대체 언제 하느냐. 야당 입장이 뭔지 우리 당과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즉각 "새누리당에서 우리 의총 날짜까지 정하느냐? 내정간섭"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회동했던 지난 13일 이후 누가 먼저 연락을 했는지, 몇 차례 전화통화했는지를 두고도 취재진 앞에서 설전을 벌였다. 이 원내대표는 "그 사이 한 번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며 야당의 대화 의지가 없음을 부각시켰다. 그는 업무용 휴대전화를 들어 보이며 "통화내역을 확인해 봐도 좋다"고까지 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을 거론하며 두세 번 통화했다고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10분도 안 돼 "손님을 이렇게 문전박대하면 안 된다"면서 자리를 떴다. 여야 원내대표는 곧바로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2차 회동을 가졌지만 합의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